[취재현장] 사실만 있고 진실은 배제된 대북취재

2015-12-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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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사진=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분단 국가에서 외교·안보를 취재·보도 하는 기자들은 숱한 상상을 하게 되고 가십거리에 눈길을 주게 마련이다. 사실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보일 경우 기자에겐 치명타다.

이달 중순 관심이 집중됐던 북한의 모란봉악단 베이징 공연과 공연 취소는 여러가지 풍문을 낳았고 현재 진행형이다.

혹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북·중 간 외교의 한계'라며 저물어 가는 북·중 관계를 진단했고, 혹자는 악단의 미국 비하 가사에 난색을 표한 중국의 태도에 공연을 취소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일각에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악단의 단장이자 김정은 옛 애인인 현송월 관련 보도가 우리 국정원의 언론플레이의 '성과'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어찌됐든 북한과 중국이 입을 다물고 있는 한 이와 관련한 상상과 풍문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기자들은 진실이 배제된 사실을 진실인양 보도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미녀악단의 공연 취소 이유보다 '악단동무'들의 비주얼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난무했던 것도 더이상의 사실적 보도가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또 한번의 사건(?)이 터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동정을 보도하며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다음해 10월 10일'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5월 초로 예정돼 있던 7차 당대회가 연기 된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돼 혼란을 빚었다.

결국 국내 언론들은 당대회가 연기 됐다고 15일 일제히 보도했고 북한이 공표했던 5월 초 당대회가 연기된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튿날 국내 언론들은 기자실에서 조중통 여자 아나운서의 보도를 녹음까지 해 여러차례 들으며 띄어 읽기와 호흡의 장단까지 고려하며 10월인지 5월인지를 놓고 설왕설래 했다.

때마침 남한 내부의 혼란을 의식한 듯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우리 당 역사에서 특기할 사변으로 될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는 주체 105(2016)년 5월 초에 열리게 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신들의 당대회 시점에 대해 남측 기자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셈이다. 

북한의 놀음에 기자들이 놀아난 것인지, 우리 정보당국을 대신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북한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인지 아리송하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진실은 결여된 채 사실만 있는 대북 취재에 대한 갈증은, 초겨울 추수 끝낸 논밭에 거적대기 하나 걸치고 서 있는 허수아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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