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시선] 설산을 오른 남자들 -영화기자가 본 ‘히말라야’vs‘대호’-

2015-12-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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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히말라야'·'대호' 포스터]

아주경제 최송희·김은하 기자 =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 설산을 배경으로 하고, 올해 ‘천만 관객’으로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배우가 출연했으며 전작을 흥행시킨 스타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았다. 거기에 12월16일 한날한시에 개봉하다니. 이만 하면 일부러 맞췄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어딘지 꼭 빼닮은 영화 ‘대호’와 ‘히말라야’ 개봉 후 영화 담당 기자 최송희(이하 최)·김은하(이하 김)가 모여 앉았다.

김 : ‘대호’와 ‘히말라야’가 접전을 펼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히말라야’가 압도적으로 치고 나갔어. 17일까지 누적관객수가 42만850명으로 25만5154명의 ‘대호’와 거의 2배가 차이나.

최 : “의외로”라니. 나는 ‘히말라야’가 흥행은 더 잘될 줄 알았어.

김 : 흥행은?

최 : 적당한 감동과 적당한 웃음이 잘 배합됐잖아. 윤제균 감독의 특기지. 대중에게는 백발백중이라고. 또 동료의 사체를 찾기 위해 신의 영역인 ‘히말라야’를 오른다는 엄홍길 대장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그렇고. 실화라고 하면 다들 좋아하잖아.

김 : 그건 영화가 실화의 힘을 받았을 때지. “명령이다. 꼭 살아라” 같은 진부하고 뻔하면서도 낯부끄러운 대사는 오히려 실화가 가진 굴곡을 판판하게 한다고. 연기는 또 어떻고? 희생을 숙명인 양 여기는 황정민의 모습은 이미 ‘국제시장’으로 1426만명이 봤어. 그나마도 받아치지 못하는 정우까지…다들 이름값을 못한 것 같아.

최 : ‘히말라야’ 해발 4500m까지 직접 등반하느라 다들 고산병을 앓았데. 그래서 다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닐까?

김 : 헛고생했네. 연기자가 연기를 못 할 정도로 등반을 강행한 이유가 뭐야? 홍보할 때 “우리 이만큼 고생했어요”라고 자랑하려고? 주객전도 아냐?

최 : 그 덕에 그림은 좋았잖아. 또, 실화를 그대로 보존하려고 했다는 점이 가상하지 않아? 뭐 더한 감동을 주거나 극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유족들도 볼 테니까 말이야.

김 : 게으름과 안일함에 대한 변명 같은데? 하여튼 그림 좋았던 것은 인정. 이 영화를 보려면 스크린X로 봐야 해. 삼면으로 체험하는 설경만이 이 영화를 봐야 할 유일한 이유지. 반면, ‘대호’는 눈요기도, 스토리도 놓치지 않았어.

최 : 나도 하나만 보라고 하면 ‘대호’야

김 : 살던 대로 사는 것이 항일이라는 것을 묵직하게 보여주잖아. 눈에 보이지 않는 김‘대호’씨와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기어코 꺽이지 않는 우리의 민족성을 유난스럽지 않게 묵묵히 연기한 최민식의 연기는 압권이지.

최 : 그분의 연기력은 감히 입에 담을 수조차 없을 정도지. 하지만 그 무게감이 대중에게는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 영화 보기 전 비장한 마음을 먹어야 한달까?

김 : 아역 송유빈이 기특하게 웃음을 빵빵 터뜨리는데도? 최민식 앞에서 기죽지 않고 재기발랄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맹랑해 보일 정도라니까.

최 : 영화의 의도도 좋고, 연기도 좋았지만 ‘대호’에도 과한 부분들이 몇 있어. 감정도 그렇고. 뭐 스포일러라 정확한 장면을 언급할 순 없지만 말이야.

김 : 그건 뭐 한국 영화의 고질병이지. 그래도 호랑이 CG는 압도적이지 않았어? 소리도 그렇고 말이야. 호랑이가 포효할 때 너무 놀라서 팝콘 쏟을 뻔했다니까. ‘대호’를 본다는 건 현재 우리나라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어.

최 : 일제 식민지 시절을 울부짖는 호랑이의 소리로, 시린 설산의 풍광으로 보여줬지. 참 영리하게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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