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뿌리깊은 나무’의 김영현·박상연 작가 집필을 맡고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유아인·김명민이 주연을 맡은 ‘육룡이 나르샤’는 시청률 1위로 스타트를 끊기는 했지만, 그 화제성은 기대 이하임이 분명했다. 시들한 반응을 보이는 대중에게 드라마를 다시 보게 한 것은 ‘베테랑’ 유아인도, ‘사극 본좌’ 김명민도 아닌 배우 박혁권이었다.
박혁권이 후배 검사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권력자의 충성스러운 개를 자처했던 ‘펀치’의 조강재,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제자가 천재라는 이유로 둘의 패륜을 묵인한 ‘밀회’의 강준형을 거치면서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과정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우리는 그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길태미는 달랐다. 파란 섀도를 눈두덩이에 얹고 나른하게 교태를 부리다가도 칼만 뽑았다 하면 비릿하게 웃음을 날리는 삼한제일검 길태미로 박혁권은 대중에게 각인됐다. ‘길태미 눈화장법’ ‘길태미 섀도’ 등이 연이어 화제에 오르고, 포털사이트에 ‘육룡이 나르샤’를 검색하면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 ‘육룡이 나르샤 이방원’이 아닌 ‘육룡이 나르샤 길태미’가 자동완성 되니, 신스틸러라는 말이 아깝지가 않다.
‘육룡이 나르샤’ 관계자는 “길태미가 퇴장했다. 특별한 캐릭터 길태미에 많은 관심과 사랑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길태미는 죽었지만 더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육룡이 나르샤’를 빛낼 것이다. 또 육룡의 활약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며 “길선미는 21일 방송분부터 본격 등장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