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홍성환·이정주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가계부채의 부실화다. 금융당국은 선제 대응을 위해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는 방식'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새롭게 취급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 차원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17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을 꼽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16개 시중은행과 함께 '관계기관 합동대응팀'을 구성했다. 합동대응팀은 앞으로 매주 회의를 개최해 업무 진행상황 등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신속히 수렴·대응할 수 있도록 팀내 '핫라인'을 개설키로 했다.
여기에 주택가격 하락까지 겹치게 되면 위험성은 극도로 고조된다. 특히 이번에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에는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가 빠져있어 아직까지 저금리로 연명하고 있는 가계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 중 절반 이상은 순수한 주택용이 아닌 개인 사업자금 또는 생활자금 용도라는 점도 부실 우려를 높인다. 대부분 은퇴 후 자영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팀장은 "일반 가계보다는 오히려 소상공인들이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현재 국내 경제상황상 금리 인상이 단기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겠지만 향후 인상과 함께 규제 강화 등의 리스크가 맞물린다면 소상공인들의 부채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주택대출보다 비중이 높은 무담보대출도 문제다. 기존 정부 대책에는 무담보에 해당하는 고위험 대출자들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시 부실화가 더욱 우려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이번에 내놓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보면 충격이 가장 먼저 오는 무담보대출이 아닌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거꾸로 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부실 우려가 있는 700조~800조원 규모의 무담보대출은 금리 인상과 맞물릴 경우 연체율 상승 등의 부작용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적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아직까지 크게 나타나지 않아 국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경기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쉽게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당장 국내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내년에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게 되면 한국도 이에 따라 소폭 인상할 수 밖에 없다"며 "국내에서 0.5%포인트만 올라도 실질적으로 대출금리 인상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가계부채 구조 중 일부를 개선하는 방향이 아닌 저신용자 및 무담보대출 등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문제의 차이점을 고려하려면서 조절해 나가는 추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