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3재(災)… 산업계, 신흥국 리스크 커지나 ‘초미의 관심’

2015-12-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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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성모·이재영·김지나·배상희·이소현·윤정훈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일본의 엔저기조 유지, 중국의 위안화 절하 등 각국간 환율전쟁과 저유가 등이 더해지며 국내 수출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클 전망이다. 

국내 사업분야의 경우, 신흥국 경기침체로 수출물량 감소 및 환율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 증가가 우려되는 업종이 있는 반면, 미국이라는 거대 선진국 시장의 경기개선세가 수출 증가라는 호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업계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간 선진 자본이 대거 유출되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자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가면 전반적으로 소비심리와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정유화학업종의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신흥국 자본 이탈을 야기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즉 실물경제의 부진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수출 경기도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유화업계의 주요 수출시장이 아시아 신흥국이기 때문이다.

신흥국 경기부진은 유가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급락하면 정유 및 화학업계는 단기적으로 원자재 가격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실적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후 유가가 하향 안정화된 다음부터는 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원료와 제품가격 사이 마진이 증가하며 실적도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인 신흥국 경기가 위축되면 차부품, 전자재료 등 전방산업도 침체돼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된다”며 “신흥국도 미국 금리인상에 앞서 일제히 금리를 올려 자금이탈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분야도 전망은 밝지 않다. 장기화되는 저유가 현상에 금리인상까지 이어질 경우 셰일가스와 송유관 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며 세계적인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이는 수출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대기업은 오히려 범용제품보다 자동차 강판, 특수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개발로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단 대기업과 달리 중소 철강사들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저가 철강에 따른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 해운업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금리인상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 업종은 이자보상비율이 낮고, 자산을 뺀 순부채가 크다는 점에서 금리상승은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를 확대시켜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운업의 경우 현재 고금리에 금융권의 지원마저 지지부진해 금리를 인상하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선사가 부담하는 이자 금리는 7~10%로 높은 편이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을 중심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조선업계는 저유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발주처들이 고유가때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 해양플랜트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고 나서며 후폭풍을 겪고 있다.

또 엔저 지속세로 일본 업체에 이미 수주물량을 상당 빼앗긴 상태에서 중국과의 경쟁까지 심화돼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조선업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데, 위안화 평가절하로 가격경쟁력까지 높아질 경우 중국과의 경쟁이 더 벅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계분야 또한 금리인상 이후 미국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되며 수출도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달러 강세로 농산물 가격 하락이 야기되고, 이는 농업산업 위축으로 이어지며 관련 기계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원유 및 광물가격 하락으로 주요 에너지 산업이 침체되면서 관련 기계류 수요 역시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간 저유가로 쏠쏠한 재미를 봐왔던 항공업계도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항공업계는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가치도 올라 달러 표시 부채이자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항공사들 대부분 외화를 차입해 비행기를 구매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즉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빚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고정금리부채는 5조3000억원, 변동금리부채는 10조4000억원으로 평균 금리 1% 변동시 1040억원 이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항공업계는 달러 비중을 축소하고, 유로화 비중을 확대하는 통화비중 조정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나쁘지 않은 기색이다.

국내 자동차의 맏형인 현대기아차는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10원 올라가면 매출액은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자동차업체간 온도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원달러 약세 기조는 호재로 작용할 예정이다. 또 자동차 부품업체는 대부분 완성차 업체의 실적을 따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 대형부품 업체들은 매출에서 현대기아차 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 미국 금리인상에 영향이 적다. 타이어 업체도 중국을 제외한 북미와 유럽에서 좋은 실적이 이어져 가파른 금리상승이 아닌 완만한 금리상승은 매출에 긍정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달러, 유로화 환율 등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특히 현지생산 확대 등의 전략을 통해 환율변화에 따른 손실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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