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에 포함된 일부 품목은 다자국에 대한 낮은 잠정 관세가 유지되며 FTA 효과를 반감시킨다. 특히 이번에 중국이 수입관세를 인하하는 주요 목적이 내수진작이라, 국내 면세점 등의 타격이 우려된다.
15일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일부 품목 수출입 관세를 잠정 인하 및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수입관세 잠정 인하 품목은 총 787개, 수출관세 잠정 조정대상 품목은 총 250개이다.
이번 관세인하 품목엔 올해 1~10월 누계 기준 중국의 대한국 수입 1000만 달러가 넘는 액정표시장치(LCD)패널, 휴대폰, 셀럽, 전기밥솥, 스킨케어 용품 등이 포함돼 현행 6.5~10%의 관세가 2~8%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관련 제품 수출기업은 수출가격 인하에 따른 채산성 개선과 중국 내수시장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일정 정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매출의 90%가 수출인 만큼 관세인하는 긍정적”이라며 “LCD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대폰의 경우,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미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특히 전기밥솥은 FTA 발효 직후 10년에 걸쳐 15%의 관세가 균등철폐되는데, 2011년부터 적용된 8%의 잠정관세가 내년에도 유지되면서 FTA 효과는 지연된다.
한·중 FTA 발효 즉시 9%의 관세율이 철폐되는 항공유의 경우도 내년 모든 수입대상국에 0%의 잠정관세를 적용, 한국으로선 변별성이 없다.
무엇보다 중국의 이번 수입관세 인하 목적은 가방, 의류, 화장품, 스카프, 텀블러, 선글라스 등 고급 소비재에 대한 관세 인하를 통해 해외소비를 ‘U턴’시키는 게 목적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한국 면세점의 타격이 예상된다.
수입관세 인하시 중국내 수입되는 각국 소비재 가격 인하효과에 따른 경쟁과 유커들의 한국 면세점 구매 패턴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은 전체의 41.6%인 621만명이고, 이 중 72.3%가 쇼핑을 한국 방문 이유로 꼽을 만큼 중국인의 한국 소비재, 면세점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소비재에 대한 관세 인하가 지속되고, 중국 정부의 면세점 확충 정책도 구체화돼 중국인의 해외 구매패턴이 국내로 돌아서면 한국 면세점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주요 명품의 수입관세 인하로 미국, 유럽, 일본산 소비재의 중국 수출가격이 동반 하락해 중국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단, 화장품 등에 매겨지는 세금은 수입관세뿐 아니라 유통과정에 증치세, 소비세 등 여러 종류여서 실제 상품가격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