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중국이라는 배고픈 호랑이 기세가 너무 세다.”<대만 경제일보>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물러나기 전 서둘러 대만을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대만독립연맹>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고 있는 칭화유니그룹이 잇달아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해 지분 투자를 하자 대만 정·재계가 보이는 시각이다. 대만 총통선거를 한달 앞둔 민감한 시점에 중국 대륙 자본이 대만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는 이른바 '홍색위기(紅色危機)'가 대만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홍색위기설은 최근 칭화유니그룹이 대만 반도체 패키징 회사 2곳에 모두 2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히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고조됐다.
이로 인해 중국 대륙 자본이 대만 반도체 산업의 근간을 송두리 째 흔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 것. 현지 언론은 물론 대선 후보 주자들도 총통선거를 한달 앞둔 민감한 시점인 만큼 중국 자본의 대만 투자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후보는 15일 대만 중국시보를 통해 칭화유니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의 자금력과 정부의 영향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에 매우 커다란 위협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차이 후보는 지난 14일 기준 대만지표 여론조사(TISR) 결과에서 46.1%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민진당 자체적으로도 기자회견을 통해 “(대만 반도체기업은) 대만 경제의 목숨줄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번 투자 건이 대만 정부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중 성향인 국민당조차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TISR 결과에서 차이 후보에게 30% 뒤지고 있는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총통 후보도 대만내 반중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주 후보는 13일 “칭화유니의 미디어텍 인수 계획 등 중국 대륙자본의 대만 집적회로(IC) 산업 투자에 반대한다”며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칭화유니의 대만 반도체기업 투자를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만 중국시보는 14일 지난 20년간 양안 투자 규제의 역사를 돌아보면 규제의 결과로 대만 기업들은 결국 비즈니스 기회를 잃고 경쟁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감정과 이데올로기 의식을 버리고 "대만 경제와 산업에 최대 이익이 무엇이냐"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쉬쭤성(徐作聖) 대만교통대 과기관리연구소 교수도 ‘홍색위기’를 대만 산업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 대만 반도체 산업의 경영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