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의 압승으로 끝날 것처럼 보이던 대만 대선전에 초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집권여당인 국민당이 대선후보를 교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국민당은 지난 6월 훙슈주(洪秀柱) 전 입법원 부원장을 대선후보로 지명한 상태다. 하지만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와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큰데다, 내년 1월16일 총통선거까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보교체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런닝메이트 제안에 완주의지 피력
대만 중앙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주리룬 주석은 최근 두차례 훙슈주 후보를 만나 대선후보직 사임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주석은 훙슈주 후보에게 부총통 러닝메이트를 제안했지만, 훙슈주 후보로부터 거절당했다. 훙 후보는 도리어 주리룬 주석에게 자신의 러닝메이트가 되어줄 것을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훙후보는 "자체 여론조사결과 차이 후보와의 격차는 7%P에 불과하다"며 대선완주 의지를 피력했다.
훙 후보의 완주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민당 내부에서는 후보교체를 기정사실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6일 오전 주리룬이 현지 기자들을 만나 "현재 국민당은 존망이 위태로운 시기로 개인의 안위만을 고려할 수 없으며, 대만의 주류 여론과 당의 생존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국민당 주석으로서 잭임을 회피할 수 없으며, 필요하다면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고 말했다. 대선출마를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후보교체 관심집중, 선거판 전체 요동
이로 인해 차이잉원 후보의 독주 체제에 비상이 걸렸다. 차이잉원 후보는 지난달 빈과일보의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무려 44.2%의 지지율로 1위를 질주했다. 훙슈주 후보의 지지율은 28.5%였고 무소속인 쑹추위(宋楚瑜) 후보의 지지율은 14.6%였다. 국민당 훙 후보와 무소속 쑹 후보가 연대를 하더라도 차이잉원 후보를 이길 수가 없는 것.
여론조사기관인 즈뱌오민댜오(指标民调)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차이잉원이 43.6%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훙슈주는 15.3%였고 쑹추위는 14.7%를 기록했다. 큰 지지율 격차로 인해 이번 대만 대선이 너무 싱겁게 끝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 주리룬 주석의 출마움직임으로 대만의 여론은 온통 국민당에 쏠리게 됐다. 주리룬 주석이 어떻게 훙 후보의 양보를 얻어내며, 임시전당대회에서 어떤 식으로 새로운 후보를 지명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국민당이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해낸다면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1961년생으로 차이 후보(1956년)보다 5살, 훙 후보(1948년)에 비해 13세 어리다. 비교적 젊은 나이로 인해, 역전을 일궈내는 다이내믹한 이미지에도 어울리는 강점이 있다.
◆무려 99.61%로 주석에 당선된 인물
주리룬 주석은 국립대만대 경영학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에서 재무학 석사와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입법위원(국회의원격)을 거쳐 타오위안(桃園)현 현장을 역임했다. 2008년에 중국국민당 부주석에 올랐으며, 2009년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에 취임했다. 2010년 행정원 부원장을 사임하고 신베이(新北) 시장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지난해 11·29 지방선거에서 재임에 성공했다.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국민당 주석직에 도전했고, 지난 1월 진행된 주석 선거에 단독 출마해 역대 국민당 주석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99.61%)로 당선됐다. 지난 5월에는 본토를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역사적인 '국공(國共) 수뇌회담'을 갖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주 주석은 그 동안 총통 선거에 나서지 않을 뜻을 거듭 밝혔다. 한 국민당 인사는 "훙 후보가 대선을 완주한다면 국민당과 주 주석의 정치적 미래는 파멸을 맞게 될 것"이라며 "주 주석이 불출마 약속을 번복하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