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내년부터 확대될 예정인 전기차 보급 정책을 놓고 정부 부처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도 앞다퉈 성과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환경부가 최근 전기차 정책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예산과 성과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전기차 보급 정책은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듯 보였다. 환경부는 제주도를 전기차 보급 우수지자체로 선정하며 보급 확대에 앞장섰다. 지난달 26일에는 제주도에서 ‘전기차 보급 우수사례 발표회’를 열며 내년 전기차 보급 정책방향도 내놨다.
그런데 지난 8일 산업부가 국무회의에서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자동차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을 보고했다. 여기에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도 부처 협업으로 포함됐다.
환경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산업부가 지금까지 전기차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었는데 주무 부처 격으로 전면에 나섰다는 부분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장·차관을 비롯해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한순간에 다른 부처에 성과를 빼앗긴 모양새”라며 “얼마전 발생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에도 침묵하던 산업부가 전기차 보급에 매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환경부 직원들은 올해 상반기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2020년으로 연장한데 대한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산업부는 경제를 우선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2020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도 발끈하고 나섰다. 환경부가 전기차에 대한 규제를 묶어놔 관련 업체들의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부가 배터리 리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배터리가 없는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환경부는 배터리를 포함하지 않는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볼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려 배터리가 없는 전기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부처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전기차 관련 업계는 자칫 시장 확대가 늦어질까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자신의 영역인 전기차 보급에 산업부에서 뛰어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정책이 통합되고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부처 간 해석이 다르다보니 시장 진입도 그만큼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처나 기관별로 다른 해석이나 정책 때문에 민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기차 보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통합된 협의체를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기차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