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노동개혁 관련 법안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가뜩이나 일자리 창출 등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경제관련 법안이 가로막히면서 사실상 법안 폐기수순이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에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 둔화 등 어느 때보다 대외변수가 많은 시점에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한국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더구나 이미 3년이 훌쩍 넘어버린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이번 국회에서는 더 이상 상정이 어려워 졌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관련 산업 분야도 일자리 창출과 수익구조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나마 학교 주변에 유해 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이 가능한 관광진흥법과 대리점거래 공정화법이 통과된 부분에 위안을 삼고 있다. 이마저도 통과되지 못했다면 내년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차질이 불가피 해질수 있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쟁점법안에 대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예산안 통과도 법정시한보다 40분 늦어졌다”며 “내년이 한국경제는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 관광진흥법이 통과된 만큼 관련 정책을 다듬어서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서비스업발전기본법 등도 이번 정기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서비스산업 범위를 교육·의료 분야까지 확대해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법 핵심으로 이 법을 꼽는 등 강력한 입법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의료 민영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동개혁을 위한 5대 법안은 오는 9일 끝나는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처리하지 않기로 이미 여야가 합의해 정기국회 통과는 어려워졌다. 노동개혁법안이 연내 입법화되지 않으면 폐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어렵게 도출된 노사정 합의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내년 한국경제 상황이다. 올해는 내수가 살아나며 부진한 수출을 메웠지만 단기 소비활성화 대책이 사라지는 내년 초부터 당장 ‘소비절벽’을 걱정해야 한다.
이달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에서 자금 유출과 한국경제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 신흥국 경기 둔화는 여전히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에 정책적으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실행하는 근거인 법률을 적절히 갖춰야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이 벽에 부닥친 격이 돼 버려 정부로서는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국회가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쳐서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4월 총선이 시작되기 전에 경제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처리가 어려워지는 만큼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개혁법안이다.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안 되면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돼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과연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을 위해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인프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노동시장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개혁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