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지 이제 막 2년이 지난 중국 스타트업 릴리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 해 개발한 국민 스마트폰 게임 ‘도탑전기’는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궜다. 출시 석달만인 5월 중국 애플 앱스토어 순위에서 1위를 석권하며 ‘인터넷공룡’ 텐센트의 게임들을 눌렀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이었다.
위협을 느낀 텐센트가 산하 게임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했을 정도다. 도탑전기를 개발한 주인공은 텐센트 게임 개발자 출신이다. 바로 릴리스의 창업주 왕신원(王信文)이다.
1987년생으로 아직 30살도 안된 청년 왕은 대학 시절부터 창업의 꿈을 키웠다. 난징대 재학 시절 우연히 접한 리눅스에 매료돼 프로그램 대회에 참가하는가 하면 원천기술 공유를 위해 오픈소스를 만들기도 했다. IT에 푹 빠진 나머지 수업은 빼먹기 일쑤였다.
그리고 3개월 간 땀 흘려 '도탑전기(刀塔傳奇)' 데모 게임을 만들어냈다. 도탑전기는 기존의 단순하게 카드를 수집하고 대결하는 카드게임에 RPG처럼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전투를 해 레벨을 올려나가는 재미를 접목시켰다. 전혀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었다. 거기에 수준 높은 그래픽, 다양한 캐릭터, 손쉬운 조작, 차별화 된 영웅 스킬을 더했다. 유럽·미국에서조차 도탑전기를 본따 게임을 만들 정도였다.
물론 왕신원도 처음엔 시장에 유명한 다른 게임을 베낄까 유혹에도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혁신이라는 ‘도박’에 승부수를 걸었다. 처음부터 남의 것을 모방한다면 영원히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색다른 매력의 도탑전기에 사람들도 몰려들었다. 도탑전기를 가지고 놀아본 인구는 중국에서 7000만명이 넘는다. 중국 인구의 20명 중 한 명은 도탑전기 게이머 인 셈이다. 도탑전기는 지난 해 총 21억6000만 위안(약 3900억원)의 매출을 거둬 들였다. 2014년 중국 영화시장을 강타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4'의 박스오피스 수익도 뛰어넘은 것이다. 현재 릴리스 기업가치는 50억 위안도 뛰어넘었다.
나날이 팽창하는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도 릴리스의 발전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아이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76억 위안(약 5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6% 늘었다. 전체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 모바일 게임인구 수는 5억 명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에만 2만 개에 육박하는 모바일 게임이 출시됐다.
물론 릴리스가 극복해야 할 난제도 있다. 당장 저작권 침해로 발목 잡혀있는 상태다. 도탑전기는 국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 동남아·대만·일본·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유명 게임업체와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왕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작권에 대한 중요성을 깨우쳤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왕신원의 도전은 도탑전기가 끝이 아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게임’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그가 생각하는 위대한 게임이란 바로 중국식 가치관을 담아내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미국식 영웅주의가 담긴 워크래프트 게임처럼 말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과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 로 상징되는 유교적 가치관이 담겨있다는 것.
릴리스는 올해 안으로 또 하나의 데모게임을 공개할 예정이다. 거기엔 또 어떤 참신한 컨텐츠가 담겨있을 지 중국 게이머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