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기자, 레이서로 변신하다

2015-11-30 15:38
  • 글자크기 설정

[사진=인제스피디움 제공]


아주경제 (인제)임의택 기자 =“선배, 내구레이스 한 번 해보실래요?”

어느 날, 평소 친분이 있던 후배기자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무대는 29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리는 ‘인제군수배 모터 페스티벌’이고 종목은 카트 내구레이스라고 했다. 카레이스도 해봤고 일반 카트도 타봤지만, 스포츠 카트는 타본 적이 없어서 조금 망설여졌다. 그러나 일반 카트로 진행된 레이스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던 자신감이 깔려 있던 터라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카트는 9마력의 270cc 엔진을 올렸고, 일반 카트에 없는 롤 케이지와 안전벨트를 장착해 드라이버의 안전을 확보했다.

경기 참가를 위해서 28일 진행되는 연습주행에 참가했다. 이날 날씨는 맑았고 노면상태도 레이스를 뛰기에 좋았다. 이날 연습주행을 기록을 바탕으로 3명으로 이뤄진 한 팀의 드라이버 중 실력이 가장 좋은 드라이버가 다음날 예선주행에 나서게 된다. 박낙호(카홀릭 편집장),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그리고 기자가 모인 ‘모기(모터스포츠 기자) 팀’에서는 황욱익 칼럼니스트가 예선에 참가하기로 했다.

카트 내구레이스에 함께 참가한 박낙호 카홀릭 편집장(왼쪽), 황욱익 칼럼니스트(오른쪽) 등 세 명이 경기 전 포즈를 취했다. [사진=카홀릭 제공]


우리 팀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췄지만, 9개 팀의 드라이버들을 살펴보니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현대차그룹 후원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에서 뛰는 서주원(쏠라이트 인디고레이싱), 전난희(R&Ders)가 명단에 있었던 것. 서주원은 XTM 채널 촬영 때문에 전남 영암 서킷으로 간 상태여서 최종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대부분 다른 경기에서 레이스를 뛰는 이들이었다.

예선 기록을 체크한 결과 우리 팀은 9개 팀 중 6위를 기록했다.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실망은 하지 않았다. 다들 기본 실력이 있기 때문에 결승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승이 열리던 때는 전날과 달리 눈발이 흩날렸다. 미끄러워진 노면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결승이 진행되고 얼마 안 있어서 눈발이 잦아들었다. 우리 팀은 박낙호 편집장이 1번 드라이버로 나섰다. 육상에서의 계주처럼, 스타트가 좋은 이를 1번에 배치하고 막판 스퍼트를 발휘할 수 있는 이를 마지막 드라이버로 배치했다. 기자는 그 사이를 잇는 2번 드라이버를 맡았다.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카트의 체감 속도는 실제 속도의 두 배가 넘는다. [사진=인제스피디움 제공]


이날 경기는 첫 번째 드라이버가 5분 이상의 의무 주행을 하고, 이후에는 2번의 의무 피트스톱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언제 피트스톱을 할지는 각 팀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즉, 실력이 처지는 드라이버를 상대적으로 조금 달리게 하고, 실력이 좋은 드라이버를 더 길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카트를 처음 타는 기자는 10분 정도만 뛰겠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고 내 차례가 다가오자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헬멧을 착용했다. 어렵게 헬멧을 쓰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가려웠다. 헬멧을 다시 쓰고 장갑을 끼자 이번엔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다. 긴장감이 높아진 탓이다.

드디어 1번 드라이버가 피트로 들어왔다. 의무 피트인 시간은 3분. 다음 드라이버가 착석한 후부터 계측된다. 드라이버 교체를 재빨리 해야 하는 이유다. 4점식 안전벨트를 매고 나니 F1 경주차 드라이버가 된 기분이다.

“3, 2, 1, 출발!”

[사진=카홀릭 제공]


신호가 떨어지고 매섭게 달려 나갔다. 다행히도 주변에 다른 경주차가 없어 추월을 신경 쓰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카트 경주차는 구조적인 면에서 양산차를 베이스로 한 경주차보다 F1 경주차에 가깝다. 바퀴가 노출되어 있고 무게중심이 낮아 전복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현역 F1 드라이버들이 어린 시절에 카트부터 시작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인제스피디움의 B코스는 1랩이 1.4㎞로 구성돼 있으며 우 코너 4회, 좌 코너 3회, 헤어핀 1회로 이뤄져 있다. 특별히 어려운 곳은 없지만 승부는 헤어핀 코너의 공략에 달려있었다. 헤어핀 진입 때 내리막이 이어지다 탈출 때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헤어핀과는 차이가 있다. 최적의 레코드 라인을 이루는 클리핑 포인트(CP)를 어디로 잡느냐를 빨리 파악하는 이가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트랙에 들어선 이후 홀로 질주하던 중 갑자기 경주차 한 대가 옆으로 붙었다. 좌 코너에서 상대편은 인코스를 선점했지만, 이어진 우 코너는 내가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편이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속도를 줄여야 했다. 내가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충돌이 일어나고 자칫 양쪽이 모두 경기를 그르칠 수 있어서다. 일반 도로에서 사고를 막는 ‘방어운전’의 이치와 같다.

열 바퀴 정도 돌았을 무렵, 우리 팀 매니저로부터 피트로 들어오라는 신호가 나왔다. 한 바퀴를 더 돌고 서서히 피트로 진입했다. 황욱익 드라이버에게 자리를 내주고 카트에서 일어서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추운 바람을 맞아가며 달려 온몸에 한기가 들어찬 까닭이다.

카트 내구 레이스 시상식 장면. [사진=카홀릭 제공]


열심히 달린 대가는 있었다. 우리 팀이 최종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한 것. 계체량 후 팀 평균 체중에 따라 주행 랩이 더해지는 규정의 혜택을 톡톡히 본 덕분이다. 1등 부상은 타이어 한 세트이고, 2등은 엔진오일이었다. 그러나 부상은 차순위 팀에게 양보했다. 취재가 목적이었지 상을 타기 위한 참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복싱을 가리켜 ‘합법적인 폭력’이라고 하기도 한다. 카레이싱도 비슷하다. 트랙이 아니면 어디서 그렇게 마음껏 달려볼 수 있겠는가. 트랙에서 마음껏 달리고 나면 일반도로에서는 빠르게 달리고 싶은 욕구가 줄어든다. 카레이스의 순기능이 바로 이런 것이고, 카레이스가 좀 더 널리 보급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트 레이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짜릿한 레이스를 즐기게 해준다. 인제스피디움에서는 10분에 3만원, 20분에 5만원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1인용 외에 2인용 카트도 있어서 자녀와 함께 즐길 수도 있다.

겨울철은 노면 상태 때문에 일반도로에서 드라이빙을 즐기는 게 위험할 수 있다. 인제스피디움은 동계시즌에도 스포츠 주행과 윈터 위너 클래스를 마련해놓고 있어 ‘질주본능’에 목마른 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제공된다. 인제스피디움 셰프들이 마련한 ‘쿠킹 클래스’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마련돼 온가족이 함께 나들이하기에도 좋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