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터키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가 경제·외교 등의 분야에서 터키와의 교류를 일부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간 긴장감이 최고조로 오르고 있다.
로이터, BBC 등 외신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 식품과 자동차 부품 등 터키 상품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앞서 최신 방공 미사일을 시리아에 배치해 현지에서 공습 작전을 벌이는 자국군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터키 상품 수입, 러시아 내 터키 기업 활동, 터키와의 공동 프로젝트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지난 2014년 기준 연간 자동차 부품 약 8000만 달러(약 920억원)어치를 러시아로 수출했다. 포도, 토마토 등 터키산 농산품은 러시아 전체 농산품 수입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러시아 세관은 전날부터 터키와의 교역 제품에 대한 검사 절차를 강화했다.
러시아 남부에서 해저를 통해 터키 서부 지역으로 연결되는 약 1100km 길이의 가스관인 '터키 스트림' 건설 사업과 터키 내 원전 건설 사업 등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은 내년부터 5년 기간으로 예정됐던 러-터키 경제통상·과학기술 협력 프로그램도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여행 제한 조치도 내려졌다. 러시아 관광청은 전폭기 격추 사건 당일인 24일 이미 자국 여행사들에 터키 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자국 관광객들의 터키 여행 자제도 주문했다.
올렉 사포노프 러시아 연방관광청장은 이날 "러시아와 터키 간 관광분야 협력이 중단될 것"이라면서 "터키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러시아 여행사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이집트와 함께 러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국 관광지로, 매년 터키를 찾는 러시아 관광객은 약 440만 명에 이른다. 러시아 관광객이 끊길 경우 터키가 입을 손실액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고위급 인사 교류도 중단될 전망이다. 일단 12월 15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러-터키 정상회담이 취소됐다. 러시아는 또 군사 당국자 간 교류 등 터키와의 국방분야 협력도 당분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제재 조치가 터키와의 군사적 대결이나 전면적 경제협력 중단 등 심각한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분쟁 등으로 서방 국가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지금까지 우호적 관계를 지켜온 터키까지 등을 돌리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