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창원) 윤정훈 기자 =현대로템이 올해 해외철도 수주전에서 중국 업체에 계속 고배를 마시며, 해외철도 수주금액이 3분기까지 단 800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국가적인 지원이 없으면 2017년에는 공장이 멈출 수도 있는 위기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26일 창원공장에서 회사 임직원을 비롯해 성신RST, 케이비아이테크 등 주요 협력사 대표들을 초청한 가운데 ‘위기에 처한 국내철도산업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신규 수주가 없이 이대로 간다면 2017년 12월 현대로템의 생산량은 14량으로 공장가동률은 21%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대로템은 해외수주 감소의 원인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해외에서 동력을 상실 한 점을 꼽고 있다.
중국정부 차원의 지원도 막강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동남아시아에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원)의 인프라 관련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철도 완성차량 제작업체를 보유한 글로벌 국가들은 자국 철도산업 보호를 위해 1국가 1사 체제를 유지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국내는 국제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며 철도산업에 대한 보호조치가 거의 없다.
정하준 현대로템 국내영업팀 팀장은 “현대로템의 고객인 (철도)운영사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열차 요금을 올릴 수 없고, 정부 지원도 없어서 신규 열차에 대한 투자가 힘들다”면서 “정부는 철도산업을 보호하는 제도, 국산화율 법적 강제 적용 규정, 노후차량 교체 비용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힘든 철도산업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열악한 철도산업계의 악순환이 반복돼 결국 규모의 경제가 안된다. 현재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인한 산업적 영세성, 최저가 입찰 방식에서는 현대로템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로템은 지난 1999년 한진, 대우 등과 합병해 지금의 현대로템이 됐다. 또 2002년 부산공장 폐쇄, 2005년 의령공장 폐쇄 등을 겪으면서 경쟁력을 갖춰왔다. 하지만 10년만에 맞이한 현재의 위기는 국가와 부품사, 차량 제작사, 운영사 등이 힘을 맞대고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 3분기까지 현대로템의 철도 신규수주는 약 2500억원, 해외수주는 8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현대로템의 철도부문 매출은 1조711억원, 영업손실 17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현대로템 창원공장은 1년에 약 900량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