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해 지난 20년간 좌파 정권이 득세했던 남미에서 '우클릭'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2일 치러진 아르헨티나에서 12년만에 우파 집권을 이룬 마우리시오 마크리(56)는 대선 기간 내내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는 자유시장주의와 경제 개방을 기치로 내걸며 대대적인 경제 변혁을 예고했다.
브라질 경제학자 마일슨 다 노브레가는 “아르헨티나의 우파 정권 교체는 앞으로 남미에서 일어날 변화의 시작”이라며 “좌파 정권의 하락세는 불가피하며 아르헨티나 다음은 베네수엘라, 그 뒤 2018년에는 브라질이 우파 정권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남미 정치 지형의 지각 변동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8년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전역에서는 원자재 수요 붐과 함께 좌파 정권이 득세했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재정수입이 확대되자 무상의료, 무상 교육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
그러나 현재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좌파 정권은 저성장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각각 -10%와 -3%로 예측된다. 아르헨티나는 0.4%로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할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 인터내셔널 대학의 에두아르도 가마라 교수는“이들 국가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눈멀어 수출 다각화와 인적자원 개발 등 해야할 것들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국 경기 침체가 지속돼 원자재 가격이 더 떨어진다며 남미 국가들은 외국인 투자 활성화와 자유무역 경제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듯 보인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이번 주 10년만에 공식적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한다. 농업부터 은행까지 다양한 분야의 미국 기업 대표들이 마크리를 만나 경제 이슈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에 볼리비아 대통령인 모랄레스는 뉴욕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미국 기업 투자 유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