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파리 테러 생존자들 가운데 무려 89명의 사상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 콘서트 생존자들의 증언이 주목 받고 있다. CNN 등 외신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공연을 했던 미국 록 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멤버를 포함해 파리 테러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람들은 죽은척했고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에서 공연을 했던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멤버들이 미국 매체 바이스(Vice)와 인터뷰를 가졌다. 파리 테러 참사 이후 처음으로 가진 인터뷰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은 파리 투어가 끝난 뒤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언론 공개를 꺼려왔다.
콘서트 관객이었던 영국인 부부 마리아와 패트릭 무어는 “그룹의 보컬 휴즈가 '도망쳐!' '도망쳐!" 라고 소리치는 것을 듣고 도망쳤다”며 “총격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우리는 거리로 뛰쳐 나갔다”고 메일 온라인에 말했다.
파리 테러의 또 다른 생존자인 엠마 파키슨(19)은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팬으로 콘서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채널나인의 식스티미닛츠와의 인터뷰에서 “첫번째 총성이 들렸을 때 관객이 갖고 온 싸구려 불꽃 놀이가 잘못 터졌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곧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바닥에 숙였다”고 말했다.
생존자 미국인 매슈(36)는 테러 당시 촉박했던 탈출 현장을 증언했다. 그는 “총소리라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 출구쪽으로 달렸다”며 “팔에 총을 맞고서는 죽은척 있다가 총소리가 멈출 때마다 온 힘을 다해 1cm씩 기어 나왔다”고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콘서트장 밖으로 겨우 나왔을 때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 끌어내는 것을 느꼈는데 (죽은척 하느라)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사랑합니다, 나의 천사여’라고 속으로 되뇌었다”고 고마워했다. 매슈를 잡아 끈 것은 프랑스 매체 르몽드 기자 다니엘 프세니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촬영하다가 길에 있는 매슈를 발견해 아파트 건물로 끌고 들어갔다. 매슈는 9·11테러 때도 살아 남은 경험이 있다며 "언젠가 바타클랑 극장에 다시 한 번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