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탄생 100주년]“기술이 없다면 있는 곳으로 가라”

2015-11-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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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과의 가상 인터뷰 (4)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오른쪽 세번째)이 서산농장 방문 도중 웅덩이에 빠진 포니를 직원들과 함께 끌어내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1월 25일은 아산(峨山)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 기업가 정신의 최정점에 있는 그가 현역에서 활동했던 시기는 한국경제가 고도의 성장을 거듭했다. 축복된 자리이지만 2015년 한국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기업가 정신마저도 쇠퇴해 버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아산이 살아 있다면, 지금의 현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상 인터뷰로 정리했다.

-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전자산업과 반도체 분야 진출을 모색하던 1982년에 그룹 사장단들과 해외 세일즈 활동을 하면서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들러볼 기회가 있었다. IBM과 같은 대형 정보통신회사를 방문하고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과학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이미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를 주고하고 있었다. 예전과 같으면 외국의 기술을 도입하고, 이 기술을 배워나가면서 차츰 우리 것으로 만든 다음에 독자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첨단 분야에서는 이런 식으로 해서는 너무 늦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뛰어 들었을 때, 벌어져 있는 기술격차를 단기간 안에 좁힌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상대방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나는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가봐야 따라잡기는커녕 격차만 더 벌어진다. 어떻게 해서든 그 비행기를 잡아타고 같이 날아가야 한다. 어떤 모험을 치르든지 간에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이 달리고 있는 바로 그 시점의 기술발전에 올라타야만 한다.

먼저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기술을 도입하는 복잡한 절차 대신에 설계는 미국 법인이 맡고 생산은 한국의 공장에서 하는 식으로 이원화한 것이다. 양쪽이 가진 장점을 구로 받아들여서 일단 1차 경쟁상대인 일본을 제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제가 반도체사업에 진출한다고 하니, 한 일본 전자회사 사장이 그런 말을 하더라. “만약 지금 정주영이 반도체시장에 뛰어들면 그 사람 살아생전에 흑자는 꿈도 못 꿀 거요!” 하지만 현대전자는 창업 5년 만에 최단기 흑자를 기록해 일본의 콧대를 보기 좋게 꺾어줬다. 일본도 정부 지원까지 받았으면서도 흑자를 보기까지는 18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3분의 1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안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높아만 보였던 세계의 벽을 하나하나 허물어갔다. 그리고 많은 분야에서 난공불락처럼 여겼던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을 추월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자신이 뛰어들고자 하는 분야에서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멀어 보인다고, 그래서 힘들 것 같다고 쉽게 포기해선 안된다. 선진국의 기술을 우리나라로 가지고 올 수 없다면 반대로 우리가 바깥으로 나갈 수도 있다. 날아가는 비행기에 뛰어오르기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은 ‘불가능’한 게 아니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2011),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웅진씽크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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