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연 후 한 달, 한국에 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2015-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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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3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행사에서 회한에 잠긴 듯 두 눈을 감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news.co.kr]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제보를 접수하고, 이동을 시작한 지난 19일 오후. 그가 있다고 예상됐던 서울 시내 모처들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다만, 당초 한국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던 측근들은 취재가 이어지자 결국 그는 한국에 있으며, 이날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측근과 저녁을 함께 했다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수많은 사연을 남겼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조용히,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아주 조용히 서울 일정을 보내고 있다.
한 달여 전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로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제20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개막식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마지막 강연을 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구체적인 귀국 날짜와 베트남으로 떠나는 시기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김 전 회장의 이번엔 전직 대우그룹 인사들 가운데에서도 극소수에게만 알린 채 조용히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뜻을 이어 받아 한국 젊은이들을 해외로 보내 기업인으로 양성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과정(이하 글로벌YBM)’ 사업을 추진중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이하 세경연)에서도 이번 방한 소식을 본지가 취재를 시작해서야 뒤늦게 알았을 정도였다.

측근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일상적인 일 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하셨다. 어떤 행사도 참석하는 일은 없다고 하셨다”라고 짧게 근황을 알려줬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은 전체 일정을 서울과 하노이(베트남 현지 자택) 각각 반반씩 나눠 소화하고 계신다”고 알려줬다. 조용히 자주, 한국을 드나들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해 8월 제2의 자서전 격인 대화집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공개해 대우그룹이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 정책을 담당했던 관료들에 의한 ‘기획해체’ 라고 주장하며, 한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김 전 회장. 대학교를 돌며 대우의 세계경영을 전파했던 그는 올해 3월 23일 열린 대우그룹 창립 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세경연이 진행중인 글로벌YBM을 직접 챙기는 등 생애 마지막 역작을 완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지난달 싱가포르 강연에서도 김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제가 죽을 때까지 글로벌YBM 사업을 하려고 한다.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할 정도였다. 글로벌YBM 사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경연은 국립 인천대학교의 지원으로 2015년 2학기 교과목으로 ‘글로벌융합개론’ 과정을 운영중이다. 실질적인 강의명은 ‘세계경영정신으로 미래를 확장하라’이다. 1학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강의는 학점으로 주당 1회 3시간씩 매주 수요일 진행된다. 옴니버스형으로 매회 강의 때마다 대우그룹 출신 들이 강사로 나서 강의를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세계경영은 학술적 차원에서 연구 대상으로 명맥을 잇게 됐다.

여전히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일원이었던 계열사들에 대한 소식을 매일 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48주년 기념식에서 주최측은 참석자들에게 대우와 관련한 최신 소식에 대해 즉석퀴즈를 냈는데, 김 전 회장은 모든 퀴즈의 정답을 맞췄다. 정부의 권유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인수해 살려냈던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다시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는 소식에 누구보다도 가슴아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나이로 올해로 팔순인 김 전 회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심정이다.

대우 관계자는 “이제 남은 시간 동안 김 전 회장은 후배 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대우맨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잠 못이루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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