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파리 테러 뒤 북미 지역에서 무슬림 대상 증오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무슬림에게 관용을 표하는 이들이 전세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폭스뉴스 등 외신은 인분 투척을 당한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에 돼지 저금통을 기부한 7살 난 꼬마의 사연과 무슬림 남성을 포옹해주는 파리 시민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는 모스크에 대한 기물파괴, 묻지마 폭력과 협박 등 무슬림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 예로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버니지아 주 프레데릭스 버그에서는 모스크 증축 문제를 결정하는 지역민 회의에서 한 남성이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며 “너희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것을 시작으로 주민과 예배당 사람 간 설전이 벌어졌다.
또 이날 캐나다에서는 남성 두 명이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던 무슬림 여성을 아무 이유없이 구타했다. 피의자들은 여성의 히잡을 찢고 주먹과 발로 온 몸을 난타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모스크 방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7살 꼬마 잭은 지난 16일 오후, 엄마와 함께 텍사스 오스틴시 외곽 플루거빌에 있는 모스크를 방문해 돼지 저금통에 모은 20달러를 기부했다. 이날 새벽 누군가가 모스크에 인분을 투척하고 코란(이슬람경전)을 찢어 놓고 달아났다는 소식을 들은 뒤 기부한 것이다. 잭의 엄마는 미국 방송 KXAN과의 인터뷰에서 "잭이 돼지 저금통에 모은 동전을 하나씩 세서 20달러 짜리로 바꿔 모스크에 건넸다"고 말했다.
해당 모스크의 위원 중 한명인 파이살 나임은 “잭이 기부한 돈은 20달러(약 2만3000원)지만 우리에게는 2000만달러(약 232억원)나 마찬가지”라며 "전세계에 잭처럼 마음 따뜻한 아이가 많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잭은 희망이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또 다른 사연은 17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올라온 한 영상이다. 동영상에서 스스로를 무슬림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수많은 파리 시민들이 모인 장소에서 “나를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며 “나를 신뢰한다면 포옹해 달라”고 말하자 자리에 있던 파리 시민들이 한명씩 그를 안아 줬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약 2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