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일본 도쿄) = “머신러닝은 마술이 아니다”
구글에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연구하는 그렉 코라도 선임연구원은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더 매직 인더 머신(The Magic in the Machine)' 행사에서 “머신러닝은 새로운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하나의 툴(도구)”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머신러닝은 마술처럼 신기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철저하게 기계를 학습시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9일(현지시간) 인공지능 오픈소스 ‘텐서플로(TensorFlow)를 공개했다. 코라도 연구원은 ’텐서플로‘ 출시를 소개하면서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해 제품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면서 “머신러닝의 표준화를 통해 미래제품 출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도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원격 화상 영상을 통해 “구글 전체가 머신러닝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구글이 월드리더”라고 머신러닝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방한 시에도 “구글은 현재 100여개 이상의 머신러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구글은 왜 머신러닝을 통한 인공지능에 이토록 목을 맬까? 그 이유는 바로 머신러닝은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와 지능형 로봇에 활용될 수 있고, 그 밖에도 광범위하게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검색엔진과 구글포토, 구글번역기, 지메일 등 자사 제품에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구글앱을 통해 음성검색을 이용하면 그 음성을 인식한 뒤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검색어를 생성한다. 구글 포토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물, 장소, 사물별로 분류해 저장한다. 클라우드에 보관된 사진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검색할 수 있게 하고, 위치정보가 없는 사진이라도 촬영 장소의 특징을 분석해 그 장소를 찾아낸다.
코라도 연구원은 "3년 전에는 불가했던 일들이 지금은 현실이 됐다"면서 "구글은 앞으로도 머신러닝을 통해 어떤 작업이 가능할지 계속해서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진화를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정보(빅데이터)와 그것을 기초로 한 경험과 학습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가 성장하듯이 수많은 지식을 학습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하지만, 구글은 이미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엔진이라는 인터페이스를 갖춘 상태다.
코라도 연구원은 머신러닝이 가능해진 이유에 대해 "10년 전에도 머신러닝은 있었지만 컴퓨터 성능이 느려 실용성이 떨어졌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빨라져 머신러닝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지난 2012년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런네트워크(신경회로망)를 구축해 1만6000개의 CPU(중앙처리장치) 시스템에 유튜브 동영상을 계속적으로 보게 한 결과 고양이의 사진을 식별했다고 발표하면서 인공지능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발표는 사전에 고양이가 무엇인지를 컴퓨터 시스템에 인지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고양이를 인식한 것으로, 머신러닝을 통해 사진이나 영상 속에서 고양이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계기로 구글은 2013년에서 2014년에 걸쳐 이용자의 행동을 학습하는 자동온도조절장치 제조업체 네스트랩(Nest Labs)과 머신러닝기술 개발업체 DNN리서치와 딥마인드테크놀로지(DeepMind) 등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머신러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신러닝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닷컴, 페이스북의 치열한 경쟁이 벌이지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