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층 주거안정을 위해 서울시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 '서울리츠' 사업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즉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때문에 첫삽도 못뜨고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님비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권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 물량 부족에 전셋값과 신규 분양가를 포함한 매매값이 덩달아 오르면서 주거 양극화가 갈 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이 요원한 서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3면>
서울시는 은평뉴타운 기자촌 부지를 서울리츠 제1호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총 1117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내년 2월 착공 목표였지만 인근 주민들이 해당 부지의 공원화를 요구하며 임대주택 건립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착공이 불투명해졌다.
서울리츠는 SH공사가 자본금을 출자해 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REITs)를 설립하고 민간자금 투자를 받아 임대주택을 건설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주변 임대료 시세의 80% 이하, 임대료 상승률 연 5% 이하로 평균 7년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방식이다. 주요 대상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중 소득분위 7분위(2인가구 기준 월소득 744만원 이하) 이하다. 기준 상으로는 중산층 이하 서민이지만 행복주택과 비슷하게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로 대상을 한정해 입주민 소득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SH공사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면 인근 다른 용지로 옮겨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착공시기가 예정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리츠는 1호 사업에 이어 영등포구 시유지(4684㎡, 450가구), 양천구 SH공사 장기 미매각 부지(1만233㎡, 392가구), 강남구 KT 부지(4972㎡, 374가구)에 2·3·4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가운데 강남구 KT 수서지점 부지에 건설 예정인 임대주택은 자치구가 앞장서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강남구는 최근 KT에 수서지점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이라지만 자치구가 나서 임대주택 건립을 저지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어서 세간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수서 세곡동 주변에는 이미 1만6218가구의 임대주택이 있고 앞으로 KTX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관련된 시설이나 주변을 발전시킬 시설을 지을 계획이 있다"며 "이 부지에 임대주택이 들어서게 되면 서울시와 강남구간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사정을 KT에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자금 투자 유치에도 제동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에서 시범사업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민간자본 공모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리츠 1호 사업은 주택도시기금과 SH공사 출자로만 구성된다. 국토부에서는 주택도시기금을 행복주택과 비슷한 1% 이자율로 출자를 해줄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호 시범사업은 정부기금 출자로만 진행하고 다음 사업부터는 민간기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