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11월 11일 싱글데이(光棍节)로 인해 바다 건너 호주 엄마들의 울화통이 터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내 한 온라인 쇼핑몰의 할인행사에서 세계인의 쇼핑축제가 된 싱글데이로 인해 호주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먹일 분유를 살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을 겪게 됐다고 10일 전했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 아이 엄마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집 주변 20km 반경 이내에 모든 마트를 다 뒤졌지만 벨라미스 분유 한 통을 살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멜버른의 한 엄마는 "15곳의 마트를 다 뒤졌지만, 분유를 사지 못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벨라미스는 호주산 유기농 원유로 고급 분유를 생산하는 호주 대표 분유 브랜드다.
시드니모닝헤럴드(Sydney Morning Herald) 등 호주 현지 언론도 8일(현지시간) "중국판 블프, 싱글데이 임박과 함께 호주에서 분유가 '백금'같이 귀한 존재가 돼버렸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로라 맥베인 벨라미스 분유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싱글데이 행사로 호주 분유 품귀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손 쓸 틈도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싱글데이 '대목'을 노린 호주 현지 구매대행업체의 분주한 손길에 시장에 풀린 분유 3분의 1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에서 벌어진 이 황당한 상황은 역으로 알리바바에서 시작된 싱글데이 세일행사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중국에서 11월 11일은 '1'자가 외로운 싱글의 모습과 같다 하여 싱글데이로 불리며 선물로 솔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날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 알리바바가 2009년 파격세일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알리바바의 세일행사가 경쟁업체,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로 퍼지면서 싱글데이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되고 글로벌 '쇼핑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알리바바가 타오바오(C2C)와 톈마오(B2C) 등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규모 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09년 알리바바의 싱글데이 매출은 5000만 위안(약 91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매출은 571억 위안(약 10조 4000억원)에 달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매출이 8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싱글데이 파격세일 행사는 11일 0시에 시작돼 24시간 동안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