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중국 경제가 과잉 투자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이는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최대 0.6%포인트 떨어질 수 있으며 중국 내 취약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우리의 주력산업은 더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중국경제 불안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재정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세계 경제 위기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후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과잉투자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중국 경제가 과잉투자를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대중 수출이 둔화하고 직접 투자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직접적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중국 성장률 둔화가 아시아 신흥국과 자원수출국, 선진국 전반의 회복세를 약화시키는 간접 경로로 확산하면 우리 경제 성장률이 추가로 0.2∼0.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즉 중국 경제가 1.0%포인트 하락한다면 세계 경제가 0.2~0.5%가 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한국의 국내총생산은(GDP)은 0.62%, 민간소비는 0.18%, 총투자는 0.35%가량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별로는 투자와 밀접한 항공과 전기 및 전자기기, 기계, 화학 산업 등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0%포인트, 중국 외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감소한다고 가정할 경우 항공산업의 부가가치는 1.38% 하락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전기 및 전자기기(-1.13%), 화학(-1.09%), 기계(-0.83%)의 산업생산도 크게 둔화할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중국 내 취약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주력 산업이 받는 파급 효과는 더 심각할 것이라는데 있다.
중국에서 석유·석탄 및 화학, 금속, 건설 및 기계 산업의 생산이 10%씩 축소되는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한국의 산업별 부가가치 생산이 화학 4.26%, 석유 및 석탄 2.87%, 항공 2.86%, 전기 및 전자기기는 2.6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KDI는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확대시킬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외부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환율의 신축성을 유지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해 재정정책, 통화정책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실기업을 신속히 정리하고 가계 부채 급증세를 막아 내부 금융 건전성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