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학도 사치야!”··· 아산이 살아 있었더라면

2015-11-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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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현대중공업 그룹에 특별 기고문 발표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사진=현대중공업]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가 무엇을 하든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살아 있다면 결코 자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의 탓이나 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게으름을 정당화하려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부정직한 자기기만의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우리 시대의 젊음을 향해 그는 어쩌면 ‘자학도 사치야!’하고 호통을 칠지도 모른다.‘

오는 25일 고 아산(峨山)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울산대학교 석좌교수·아산리더십연구원장)이 현대중공업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낸 특별 기고문의 한 대목이다.
정 이사장은 기고를 통해 현재 한국은 “모두가 손가락질하면서 이렇게 세상이 우울하고 절망적이게 된 것은 ‘네 탓’이라고 소리지고 윽박지른다. 마침내 ‘헬 한국’이니, ‘N포 세대’니 하는 말들이 떠돌고 있다”며 ‘자학’의 모습이 극에 이르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직면하는 용기, 극복하는 자세, 현실 너머의 것을 바라고 상상하며 그것을 향해가는 의지를 ‘창조적 가능성’이라고 정의하고, 이는 자학이 아니라 ‘자존(自尊)’이라고 전했다. 스스로 자기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우울하고 절망적인 삶이나 세상’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으로, ‘자존’을 실천하는 삶의 산 주인공이 바로 아산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에 따르면 그(아산)는 속된 표현대로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진흙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아니 아무런 수저도 없이 이 땅에 던져졌다고 해야 더 정확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악조건’도 그를 가두지 못했다. 그를 비겁하게 하지 않았다. 주어진 조건을 들면서 치사하게 자기의 모자람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학교를 못 간 스스로를 비관하거나 그럴 수밖에 없는 가정에 대한 불만을 토하기보다. 학교 건축 현장에 가서 돌짐을 나르는 노동판의 일꾼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나갔다. 그렇게 살면서도 신용을 지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게으르지 않아 소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이 물 흐르듯 평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운이 따르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고, 몰라 범하는 과오도 있었다. 정치에 휘둘리는 바람에 거세게 마주해야 했고, 스스로 ‘죽고 싶었다’고 할 만큼의 실패도 겪었다.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사진=아산나눔재단 제공]


그러나 그는 ‘실패’라는 말 대신 이 고통을 ‘시련’이라 이름 붙였고, 마침내 기획한 일을 이루면 이를 ‘성공’이라기보다 ‘성취’라고 불렀다.

정 이사장은 “그는 늘 하던 일을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돈이나 받아가는 그런 삶이 싫었다. 그것은 게으른 삶이기 때문이다. 게으른 삶이란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기 삶을 꾸리는 사람은 결코 지닐 수 없는 삶의 태도이다”라며 “남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통해 상상도 못할 일을 이룬 것은 단순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미워서가 아니다. 답답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삶이 너무 애처롭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아산이 태어난 지 100년, 우리의 현실은 암담한 자학을 되씹으면서 모두들 우울한 터널로 들어가는 것 같은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우리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려 해도,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아산이 직면했던 당대와 비교하여 더 어둡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아산이 오늘날 살아 있었더라면 그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발언을 했을까라고 의문을 던진다.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던질 분명한 메시지가 바로 “자학도 사치야!”라는 말일 것이라고 단정한다.

정 이사장은 “아산의 유산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자존심을 가진 인간, 자기를 존귀하게, 인간을 존귀하게 여긴 인간이었다. 그의 탄생 100년을 맞아 바야흐로 우리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다시 추스를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아산이 이렇게 그립고, 아쉬울 수가 없다”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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