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IT스캐너] 미래부의 UHD정책, 지상파 입맛대로?

2015-11-0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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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의 UHD정책이 지상파 입맛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업계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UHD를 둘러싼 이해관계로 업계마다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부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지만, 지상파의 손만 들어준다는 지적이 거세다.  

지난 7월 정부는 황금주파수라 불리는 700MHz 대역 주파수 분배안을 확정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에게 UHD 방송용 주파수로 30MHz폭을 분배했다. 이에 맞춰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는 연말까지 ‘지상파 UHD방송 기본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연말에 나올 UHD정책이 지상파의 입맛에 맞춰 각본대로 가고 있다는 정황이 다수 포착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단 미래부의 UHD정책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정조준 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평창 ICT 동계올림픽 추진포럼’이 개최됐으며, 포럼 안에 UHD분과가 설치된 것도 같은 배경이다. 

왜 평창올림픽일까? 그것은 올림픽 시기에 소비자들의 TV교체시기가 급증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림픽 중계권을 지상파가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가 얼마되지 않는데도  UHD방송 상용화를 올림픽에 맞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업계관계자는 “지상파를 직접 수신해서 시청하는 가구는 HD방송을 기준으로 7%에 불과하다. 특히 UHD TV를 보유한 가구가 대상이기 때문에 실제 UHD방송 시청자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대부분이 유료방송을 이용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어 지상파로 UHD 방송을 상용화해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까”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결국 유료방송의 재전송을 통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술 더 떠 UHD방송의 원칙으로 내세웠던 기본 틀마저 흔들려고 한다. 국내 UHD방송의 잠정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유럽식(DVB-T2)이다. 유럽식 표준에 맞춰 UHD TV가 생산·판매되고 있으며, UHD 방송을 이미 상용화한 케이블TV VOD의 유맥스와 KT스카이라이프도 유럽식 표준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표준은 내년 초 미국식(ATSC 3.0)으로 바뀔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지난 9월 간담회에서 “미국식 표준은 IP방식을 많이 수용하고 있어서 UHD와 IP결합시 강점 있을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상파가 미국식을 원한 것으로 업계들은 보고 있다.

지상파가 미국식 표준을 원하는 이유는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를 이용해 시장 지배력을 넓히려는 계산이다. 케이블TV, IPTV(인터넷TV) 등 유료방송업체는 MMS가 도입되면 지상파 채널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부가 미국식 표준을 결정하기까지 시중에는 유럽식 표준에 따라 제조된 UHD TV가 유통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유럽식을 탑재하고 있지만, 제조사의 AS차원에서 교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TV제조사들은 직접 수신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상파 표준방식이 바뀌면 탑재된 킷(Kit)을 교체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AS부담은 고스란히 제조사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제조사에게도 골칫거리다.

기존 UHD TV의 인프라 교체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무리한 정책 강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관계자는 “수년동안 유럽식으로 시험방송을 해왔고, 이상없이 잘 되고 있는데, 아직 검증 안된 미국식으로 갑자기 바꾸려고 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간다" 고 입을 모았다.

최근 미래부 내부에서 조차 "이러다간 부처를 세종시가 아닌 여의도 지상파 옆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까 두렵다"고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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