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촌의 '남겨진' 아이들, 어쩌다 살인자가 됐나

2015-11-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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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등학교 여교사 살해 류펑...가정폭력, 가난과 폭언에 시달려

[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달 PC방 비용을 뺏기 위해 초등학교 여교사를 살해한 류펑의 모습. [사진=후난TV 보도영상 캡쳐]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지난달 말 10대 소년 3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살해하고 암매장하는 사건으로 중국 대륙은 충격에 빠졌다. 3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류펑(劉風 이하 류)도 중학교 1학년(만 13세)에 불과했고 심지어 살인의 이유가 PC방에 가기 위한 몇 푼의 '돈'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경악했다.

사건이 있은 후 몇 주의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과 언론의 시선이 '잔혹한 아이들'에서 서서히 '왜 이 아이들은 살인마가 됐을까', 즉 어린 영혼들을 범죄로 이끈 중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중국 대표 뉴스포털 시나닷컴(新浪網)은 2일 류의 사연을 소개하며 농민공 급증 등으로  '남겨진(留守)' 농촌 아이들이 상처받고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18일 중국 후난(湖南)성 샤오둥(邵東)현에 살고있는 중학생 류와 초등학생 자오(趙) 군, 쑨(孫) 군 등 10대 3명은 PC방에서 게임을 할 돈이 떨어지자 학교에 당직 중인 선생님의 돈을 훔칠 생각을 했다. 이들은 숙직실을 노크해 선생님을 불러낸 후 가져온 몽둥이로 내려치고 입과 코를 막아 살해했다. 

이 소식을 접한 류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의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건이 끔찍하기도 했거니와 그들 기억 속의 류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범생'이었기 때문이다. 

류는 재혼 가정의 아이였다. 시내에서 삼륜차를 몰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빠는 전과자로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류의 얼굴에는 언제나 시퍼런 멍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엄마의 불화도 끊이지 않았다. 집은 가난했다. 벽돌로 지어진 작은 집 곳곳에는 고구마, 당근 등이 아무데나 널부러져 있다. 

류는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싫었다. 류는 "저는 초등학교 때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단어도 안썼어요. 그들은 맨날 엄마를 때리고 나한테도 사생아라며 화만 냈어요"라고 설명했다.

엄마는 어린 류에게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아빠처럼 되서는 안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류는 그 말을 희망으로 여겼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전 꼭 성공하고 싶었어요.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았어요. 열심히 공부해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어요"라고 류는 말했다.

하지만 가난은 계속됐고 집안에서는 싸우는 소리만 났다. 공부도 맘처럼 쉽지 않았다. 희망을 잃은 류는 친구와 싸움을 일삼았고 게임에 빠졌다. 류는 "게임에서 이기면 뭐랄까 기뻐요. 뿌듯하고. 져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지금도 또 게임이 하고 싶을 정도에요" 라고 게임이 좋은 이유를 밝혔다.

'살인자'가 되버린 류 외에도 최근 가난한 중국 농촌의  '남겨진' 아이들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농촌 한 농민공 가정의 아이들 4명(5~13세)이 너무 외로워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하는 충격적 사건도 있었다. 

부모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가난 속에 외롭게 남겨진 아이들은 사랑도, 보살핌도,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환경에 방치돼있다. 류처럼 부모가 함께 있어도 생계에 바쁘고 환경이 불우해 없는 것과 다름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중화(中華)전국부녀연합회에 따르면 중국 농촌에 '남겨진'아이들 수는 6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류가 다니던 중학교만 하더라도 전체 2000여명 학생 중 절반이 넘는 1200명이 '남겨진' 아이들이었다고 시나닷컴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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