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김동욱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회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3국 정상들은 대체적으로 온화한 표정으로 정상회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지만 정상회의 장소에서는 큰 표정없는 냉랭함이 흘렀다.
◆ 공동 기자회견장과 달리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진 정상회의장
공동 기자회견에서 의장인 박 대통령이 먼저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동북아 평화 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이하 공동선언)의 주요 내용을 밝혔으며 이어 아베 총리, 리커창 총리의 순으로 설명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공동선언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차분하게 설명을 해나갔으며,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부분에서는 목소리의 톤이 약간 높아졌다.
아베총리는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며 한국말로 인사한 데 이어 설명을 마친 뒤에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리커창 총리는 역사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눈길을 끌었다. 세 정상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가면서 서로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는 기자회견장과 달리 세 정상들이 시종 표정 변화가 없었다. 박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아베 총리는 두손을 책상 위에 모으고 경청했으며, 큰 표정 변화는 없었다. 아베 총리가 발언을 할 때 박 대통령은 아래를 봤다가 아베 총리를 바라보는 것을 반복했다. 리커창 총리가 발언을 할 때 박 대통령은 리 총리를 응시했고 아베 총리 역시 큰 표정 변화가 없었다.
◆ 환영만찬...한중일 3국 협력과 동반의 미래지향적 메시지 담아
3국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3국 비즈니스 서밋에 나란히 참석, 3국 기업인들을 격려한 뒤 박 대통령이 주최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이번 만찬은 특별히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서 열렸다. 만찬 행사에는 3국의 영원한 평화를 위한 협력과 동반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를 담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만찬장은 한옥의 담장과 대문 등 전통적 미를 살려 조성됐고,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상이 펼쳐지는 미디어 월과 미디어 테이블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문화를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됐다.
특히 동양화 영상이 배경인 미디어 테이블의 경우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테이블 위에 접시를 올려놓으면 해당 메뉴에 대한 설명이 나오도록 설계됐다.
행사장에는 또 3국 전통회화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미디어 아트 작품도 전시됐다.
전시된 작품은 3국을 대표하는 무궁화, 벚꽃, 모란이 활짝 피어나는 장면을 담은 이이남 작가의 '평화의 꽃', 일본 전통회화 속 화초를 실제 촬영한 사진과 회화를 결합한 일본 작가 고세무라 마미의 '사계화초도', 송나라 시대 산수화의 장엄한 풍광과 중국 현대 도시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결합한 중국 작가 양용량의 'The Night of Perpetual Day'이다.
만찬은 3국 어린이들로 구성된 특별합창단이 청사초롱을 들고 '도라지타령(한국)', '후루사토(일본)', '모리화(중국)' 등 각국의 대표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국의 대표 넌버벌공연 ‘난타’가 흥겨운 전통장단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고, 비보이와 미디어영상이 융합된 역동적 퍼포먼스를 선보인 후 한국 거문고, 중국 쟁, 일본 고토 등 3국의 전통현악기로 3국의 전통노래인 뱃노래, 고기잡이, 소란부시 등을 연주했고, 3국의 연주가들로 구성된 퓨전국악밴드의 협연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이 시간이 우리 세 나라의 다양성과 공통성이 함께 공존하면서 앞으로 상생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3국이 공유하고 있는 협력의 문화와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 힘을 모아나간다면 이것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큰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서로 이견이 있다고 해도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면서 공동의 도전에 단합된 힘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면서 “오늘 함께 만들어 낸 협력의 동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서 미래의 더 큰 결실로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3국 협력을 추진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상호 신뢰와 존중, 호혜, 미래지향적 협력의 정신을 더욱 확장시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온 후 땅이 굳는다’는 격언은 3국에서 비슷하게 쓰이고 있다. 저는 우리의 공동 노력으로 3국 간 신뢰와 협력의 관행을 비온 뒤의 땅처럼 굳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