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건설사들이 입찰받은 토지의 사용가능시기를 놓고 조바심을 내고 있다. 분양시장 호황에 힘입어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입장과 더불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부동산시장 경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토지사용가능시기는 착공과 맞물려 분양 일정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요진건설산업은 내년 6월 이후 사용가능한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EAA3블록에 대해 3월께로 시기를 앞당겨줄 것을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요청한 상태다. EAA3블록은 시화호 남측 간석지 일대 지하 1층~지상 20층, 9개동, 688가구(전용면적 59~115㎡)를 지을 수 있는 부지다.
올해 신규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진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도 건설사들의 토지사용시기 조정 요청이 쇄도했다. 경기도시공사는 입찰 당시 올해 12월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공동주택용지에 대해 건설사별 요청을 수용해 시기를 앞당겼다.
이에 유승종합건설은 지난 9월 다산진건지구 B7블록에 짓는 '유승한내들 센트럴'(60~85㎡, 646가구)을 분양해 3.56대 1의 평균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쳤다. 반도건설도 지난달 B6블록에서 '반도유보라 메이플타운'(60~85㎡, 1085가구)을 공급했다. 10월 말로 토지사용시기를 조정했던 한양은 이달 초 B8블록에 '다산신도시 한양수자인'(60~85㎡, 650가구)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이미 내년 하반기에 사용 가능한 토지를 상반기로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청약 불패를 자랑하는 최근의 분양시장 열기가 곧 식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분양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는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도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위례신도시의 경우 분양시장이 휴지기에 접어들어 별다른 요청이 없었다"며 "반면 동탄2에서는 다수의 건설사가 토지를 보다 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해 토지조성공사 여건을 살핀 후 2곳은 시기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올해 들어 자체 최대 공급물량 경신 등의 기록을 세우며 앞다퉈 밀어내기 분양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전국에서 분양 승인받은 주택은 33만5612가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2% 많은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50만가구가 신규분양될 전망이다.
문제는 미분양이 증가하고, 2~3년 후 입주시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실제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3만2524가구로 전월(3만1698가구) 대비 2.6%(826가구) 증가했다. 가을철 신규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미분양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LH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이라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업계에서 이런 요구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쏟아지는 물량이 향후 주택시장 침체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 기준에 따라 사용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