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한국의 리더가 아니라, 세계의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로 먼저 한국에서 시작하라"
글로벌 진출에 고민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이 제시한 답이다.
또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청년이 많다고 하자 "인생은 짧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나도 그랬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문화적으로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하고, 실패를 해야 성공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서 "성공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패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의 IT환경에 대해 “인터넷에 가장 잘 연결돼 있으면서 LTE도 제일 빠르다”면서 “한국은 내가 갖고 있는 비전을 벌써 달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모바일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구글은 한국의 모바일 기술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한국의 협력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추켜세웠다.
특히 그는 “구글의 기본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14억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안드로이드를 위한 기술들이 많이 개발됐다”면서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생태계)이 가장 잘 구축된 나라”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구글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이 모바일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82%, 한국의 81%에 이르는 사람들이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데 비해 영국은 61%, 독일은 53%에 불과하다. PC가 잘 보급된 선진국 보다 아시아 국가의 모바일 비중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이 향후 5년을 내다보고 진행시키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머신러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현재 구글에서는 100여개 이상의 머신러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컴퓨터의 심층학습을 뜻하는데, 머신러닝이 잘 활용된 사례가 바로 구글포토다. 구글포토는 1600만 화소 이하의 사진이라면 무제한으로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는데, 구글포토는 사진 속 인물과 건물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보관한다.
구글은 클라우드에 보관된 사진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분류해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위치 정보가 없는 사진이라도 촬영된 장소의 특징을 분석해 촬영 장소를 찾아내고, 태어났을 때 부터 성인이 됐을 때 까지의 성장기록 사진을 보관해 두면, 어렸을 때와 얼굴이 다르게 나타나도 동일한 인물임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했다.
슈미트 회장은 “오늘 캠퍼스에서 만난 여러 창업가들이 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봤다”면서 “한국이 머신러닝 분야에서 강자가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