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빈손 회동'에 그친 '5자 회동' 후폭풍으로 정국 경색이 심화될 전망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들은 정부·여당이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지 않고 일방통행식 주장만 되풀이, "정국 경색의 불씨를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이 원내대표는 "총 100여분의 회동 중 '역사교과서 40분, 기타 민생과 관련해 60분을 얘기했지만 성과는 없었다"며 "야당과의 타협에 연연하지 않고 향후 정국 강경 드라이브로 몰고 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나는 완벽하게 옳고 당신들의 주장은 다 틀렸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검정교과서 집필진 80%가 편향됐다는 등 극우세력의 주장을 되풀이했다"면서 "문재인 대표와 내가 합리적·객관적 주장을 펴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민생 현안 처리·실현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야당 탓하는 대통령의 인식도 확인됐다"면서 "대통령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해 야당이 저지해서 그런 것인 양 잘못 알고 있었다. 한·중FTA(자유무역협정)도 과장되게 추산한 경제효과만 강조했고, 금년에 비준이 안 되면 결딴이라도 날 것처럼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황교안 국무총리의 '일본 자위대 입국 허용' 시사 발언과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 부실 추진 논란, 가계부채 및 전월세 대책 등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박 대통령으로부터) 아무 답변도 못 들었다"며 "정말 왜 회동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회동 결과를 놓고 "답답한 정국이 풀리기는커녕 정국 경색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이어 "이번 5자 회동은 국민과 야당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굴욕적이었다"며 "역사 인식이 불분명한 대통령으로부터 올바른 역사 교육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민생 실패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부터 협조 요구를 받아야 하는 야당 처지는 난감할 따름"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모르는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된 일"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5자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철벽 같은 불통을 확인했다. 명박산성보다 높고 단단한 벽이었다"고 주장했고 추미애 최고위원은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해 놓고 접시에 스프를 담아내 먹지도 못하게 만드는 그런 웃지 못할 5자 회동이 아니었나 싶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 이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정부·여당은) 국정교과서 문제는 변함없이 강경 드라이브 방식으로 추진해나갈 것 같다. 어떤 협상도 분명한 목적하에 희석될 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