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기다릴 시간'이 없다…더 많이, 더 오래, 상봉 정례화 시급

2015-10-23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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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이후 1년8개월만에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북쪽가족과 남쪽 가족이 북쪽 가족이 먼저 차량에 탑승해 떠나면서 이별을 하고 있다. [사진=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누님, 내가 내 차로 북으로 보내줄게.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가자. 2~3일 같이 자고 가자".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1차행사의 마지막 일정인 '작별상봉'이 열린 22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눈물바다가 된 가운데 남북 가족들은 북받치는 슬픔을 토해냈다.

남측 가족 박용득(81)씨가 60여년 만에 만난 누나 룡순(82)씨에게 울먹이며 이같은 애끓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북측 가족인 조카 송철환(55)씨가 "통일되면 만날 수 있어요"라며 말을 끊자, 용득 씨는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을 우리집에 데려 오겠다는데 왜 안되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2박3일 간 6차례 총 12시간의 일정을 뒤로하고 이산가족들은 다시 기약없는 긴 이별을 해야만 했다. 

이 날의 짧은 만남이 가족들에게는 말 그대로 생전의 '마지막 만남'인 셈이다.

특히 이번 이산가족 상봉자들은 대부분 '휠체어 상봉'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고령자로 이산상봉 정례화의 시급성이 다시 한번 대두되고 있다.

'민족의 비극'으로 헤어진 뒤 6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끝내 혈육과 재회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제2차 이산가족상봉 1회차 2일쨰인 21일 낮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공동중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쪽 가족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지원단체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약 13만명에 육박, 이중 생존해있는 사람은 6만7000명가량이다. 신청자 중 절반 가까이 상봉을 기다리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생존해있는 신청자도 80대가 40%, 90세 이상이 10% 이상에 각각 달해 80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매년 4000여 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노환 등으로 타계해 16년 후에는 이들이 모두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80세 이상 고령자 대상 특별 상봉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상봉에서도 북측 방문단의 최고령자는 리홍종·정규현·채훈식씨가 88세고, 남측 가족 최고령자는 김남규씨가 96세다.

이처럼 시간도 없는데 이산가족 상봉자의 수도 터무니 없이 적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에서 인도적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8·15 계기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에 합의한 뒤로 지금까지 대면상봉 19회와 화상상봉 7회가 진행됐다. 남북 총 4491가족, 2만2547명이 상봉의 감격을 느겼다.

이 숫자는 현재 통계된 수치의 이산가족 6만6000여 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3분의 2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자 선정 과정에서 신청자들은 찾는 가족이 사망한 경우 제사를 지낼 수 있게 해달라며 정확한 사망 날짜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고, 통일부는 북측으로부터 이를 받아 가족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상봉 참가자 대상에 운 좋게 선정된 가족들도 만난 상봉의 벅찬 감격과 흥분, 고령 탓에 건강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실제 상봉 첫날인 지난 20일 저녁 환영 만찬에서는 북측의 한 상봉자가 어지럼증으로 쓰러졌다.

이 상봉자는 잠시 누워 북측 의료진의 치료를 받은 뒤 깨어났다.

의료진을 찾는 가족들도 많다. 남측 의료진에 따르면 가족들이 가장 많이 찾은 의료품은 소화제와 감기약, 설사약, 파스였다. 상봉을 위해 면회 장소인 금강산까지 구급차로 이동한 고령자도 있었다.

염진례(83) 할머니는 허리디스크 증세가 악화돼 휠체어와 구급차를 타고 이동해 북측 오빠를 만났다.

가족들이 상봉 후 염 씨의 건강이 나빠질 것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오빠를 만나고자 하는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상봉 직전에 건강 악화 문제로 아예 상봉을 포기해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

갈수록 이산 1세대의 노령 및 사망으로 점차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절실성이 흐려지고 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에 대한 진전된 논의와 인도적·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즉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와 상봉인원수 증원, 그리고 상봉 일정을 이산가족들에게 온전히 줄 때만이 이산가족 상봉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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