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의 예측 불가능함에 적응될 만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두 권의 책을 내고, 패션 브랜드 에띠케이(atti.k) 론칭한 고현정을 보자면, 여전히 그의 다음 발걸음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그가 화장품 브랜드 '코이'를 내놨다. 연예계 대표 피부미인으로 손꼽히는 터라 그의 예측 불가능한 선택 중에서 가장 예측 가능한 선택이었다.
21일 서울 한남동 벨포트 이태원점에서 열린 코이 론칭행사에서 고현정을 만났다.
-화장품 브랜드 '코이(KoY)'를 내놨다.
-갑자기 화장품 사업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화장품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 부분은 논할 여지가 없다. '기존 화장품이 좋지 않으니까 내가 직접 만들어야지'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봐야한다. 수분, 주름, 탄력, 미백, 안티에이징… 화장품이 너무 많다. 뭘 잔뜩 바르기는 하는데 내 피부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는 알 길이 없으니 문제다. 거기다 화장품 트렌드가 어찌나 빨리 바뀌는지…새로운 제품, 비싼 상품을 바르더라도 내 피부가 건강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어떤 화장품을 바르더라도 내 피부가 받아들일 수 있게 '속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빨리 시작했으면 좋을 뻔했다.
-명색이 론칭인데 기초 화장품 ▶어튠 오아시스 크림 ▶어튠 오아시스 에센스 토너 단 두 가지만 내놨다.
그것도 원래 하나만 만들려고 한 것인데 늘어난 거다. 피부를 건강하게 하는 크림 딱 한 가지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연구진들이 '토너는 필수'라고 하도 난리를 치기에 토너도 만든 것이다. 하하. 주변에서 '그걸로 되겠어?'라고 할 때마다 나는 '왜? 불안해?'라고 응수했다. 피부에 적당한 결핍은 필수다. 그래야 피부 스스로 부족함을 채우는 '속 힘'이 길러진다. 좋은 재료를 듬뿍 첨가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담아내면 충분하다.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정성 들여 만들었다. 자신있다.
-고현정 피부에 대한 풍문이 참 많다. 연간 회비만 수억짜리인 피부과에 다닌다더라, 비행기에서 크림 한 통을 바른다더라 식의 소문들 말이다.
하하. 비행기에서 크림 한통을 쓰고 마스크팩을 붙일 정도로 유난스러운 사람은 아니다. 피부 좋은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면 오히려 제 살 깎아 먹기 아닌가? 기내에서 나는 빵 먹고 자기 바쁜 사람이다. 얼굴은 보지도 않는다. 내 피부 노하우는 피부가 제 인생에서 1순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난스럽게 마스크팩 따위를 붙이는 날도 있지만 바쁜 날에는 20시간 만에 클렌징 할 때도 있다. 웬만한 건 집에서 직접하기도 한다. 어디에서 '고현정이 즐겨 찾는 마자시샵·피부과'라고 한다면 그건 다 거짓말이다. 내가 그간 '저도 연예인인데, 남들 하는 건 다 해요'라고 말했던 건 억측을 키우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 피부과 안 다녀요'라고 하면 '어휴. 저 나쁜 계집애. 좋은 거 혼자 하려고 안 가르쳐주네' 하지 않느냐.
- 사업가 고현정은 어떤 모습인가.
여러 사람 힘들게 했다. 연구진은 물론이고, 내실에 신경 쓰느라 패키지에는 신경도 못 썼다. 광고도 민얼굴로 찍었다. 민얼굴로 광고촬영장에 가니 스태프 모두 기함하더라. '광고는 일단 예쁘게 나와야 한다'고 나를 설득했지만 소비자가 충분히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는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티끌 없는 배우는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파운데이션을 덮고 민낯인 척하는 광고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 코이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무용지물일 뿐이다.
-즐거운 기색이 역력하다.
직접 참여했다고 하고 '모양새 좋게 만들어 주겠지' 하며 시늉했으면 모두 편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직접 현장에서 뛰어보니 안되는 게 참 많더라. 그 어려움들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사업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난 이미 신상이 다 노출된 배우니까 사업까지 하면 삶이 더욱 불편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 테이블에 있던 물컵이 쓰러져 물이 쏟아졌다) 나에게 사업은 이런 거다. 예고되지 않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이다. 생각해보면 참 복이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 화장품을 보고 있자면 내 아바타를 보는 느낌이다. 직접 찾아뵙지 못하지만, 내 진심을 전달해주니 말이다.
딱 10년 전이다. 2005년 복귀하면서 '제 인생에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요즘은 '지금이 봄날인가 보다' 느끼며 살고 있다. 봄날이라는 것이 이기적일 수가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 각자의 니즈를 해결함으로써 봄날이 왔다. 설레고 두근거린다.
-배우로서 복귀 계획은?
내년쯤이 될 것 같다. 노희경 작가 신작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서다. 복귀를 위한 준비? 아름다워져야겠지. 그게 나한테 가장 부족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하. 사실 배우 활동이 걱정된다. 사업가 이미지가 굳어진 건 아닐까 싶다.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