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줄 아는 능력이다. '낯설게 보기'라고 부르는 이 능력은 일상에서 수없이 접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모습들을 약간 뒤틀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줄 아는 것이다.
안종현은 이 '낯설게 보기'를 통해 독특한 시각적 환상을 잘 전달하는 작가다. 서른 살에 사진학과로 편입하기 전까지 지하철이며 터미널을 돌아다니며 무작정 사진을 찍었다는 안종현은 익숙한 공간의 기이하고 낯선 풍경을 사각 프레임 안에 담아낸다.
작가는 "어느 것 하나 특별하거나 별날 것이 없는 것들이었지만 종로나 종묘 인근 골목을 마주하다 만나게 되면 희한하게도 기이하고 낯설고 이상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해가 지고 가로등이 켜진 종로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낯의 종로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빛에 의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오래된 담벼락과 공사장 펜스가 맞닿으며 전달하는 기이함은 밤의 종로가 가진 매력이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보신각종과 허름한 모텔 입구의 모습은 보는 이를 비현실적인 세계로 끌어들이는 듯하다. 작가는 이 모든 작품에 '통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안과 밖, 입구와 출구의 경계가 모호한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을 이야기한다. 통로는 결국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 지속과 단절을 서로 연결하며 새로운 접점과 공간을 만들어내는 매개체인 것이다.
신보슬 토탈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를 두고 "보이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닌, 보이는 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1982년생인 안종현 작가는 순천대학교 예술대학 사진예술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에 입학했다. 2011년 미래작가상을 받았고 2013년엔 사진비평상을 받았다. 작년에는 KT&G 상상마당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