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를 회상해 보자면 여론은 국내 최초 대규모 오디션을 론칭한 케이블채널의 발 빠름과 참신함을 칭찬하느라, 그 후광에 편승하기 위해 허겁지겁 복제에 나선 지상파를 비판하느라 바빴다. 대중은 심사위원의 날 선 평가에, 혼을 쏙 빼놓는 자극적 편집에 홀린 듯 열광했다.
하지만 시즌 7까지 달려온 ‘슈퍼스타K’의 현재는 초라하기만 하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해 시즌 하나씩을 치러내는 착실함을 “지겹다”고 표현하고, 찍어낸 듯 천편일률적인 가요시장에 새로운 목소리를 발굴하려는 사회적 노력을 못 본 체하는 여론의 탓이다.
15일 진행된 ‘슈퍼스타K7’ 시즌 첫 생방송 평균 시청률은 3.2%다. 황금기에 비하면 비루한 이 성적표를 심사위원의 표현대로 “안정화 단계”라는 말로 포장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참가자에게 “너! 구려”라고 매섭게 채근하던 이승철의 부재가 아쉽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불치병 수준의 악마의 편집을 편들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저만의 기준을 잃고 날 선 세론에 휩쓸리느라 사상 최초로 제작진이 내준 미션에 반기를 든 중식이밴드의 발칙한 첫걸음을, 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에 없던 여제(女帝)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클라라홍의 시작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난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슈퍼스타K’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뿌리다. 오디션 열풍의 붐을 조성하고, 수많은 아티스트를 발굴했다. 제 소임을 다 하는 콘텐츠를 시청률로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시청자의 요구대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도전자의 음악적 내공과 성향에 크게 따라 좌우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의견 쏠림은 대중이 가진 특징”이라며 “‘슈퍼스타K’가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과 음악적 다양성에 힘을 쏟기만 한다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국내 최초 범국민 오디션을, 비지상파 채널 활성화에 불을 지핀 프로그램을, 포맷 수출로 K예능의 시대를 도래하게 한 콘텐츠를 “폐지하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 4년째 우리의 봄을 지켜준 ‘벚꽃엔딩’의 버스커버스커를 처음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위암 말기 임윤택이 전한 울랄라세션의 울림을, ‘음원 깡패’로 거듭난 자장면 배달원 허각이 선사한 역전의 감동을 너무 쉽게 잊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