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비정상화의 정상화냐, 정상화의 비정상이냐." 2017년 체제논쟁의 새판짜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이념대전(大戰)으로 흐르면서 2017년 체제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대한민국을 두 쪽으로 완전히 가른 '국정화 프레임'이 차기 총·대선 변수로 자리매김한다면, 2017년 체제를 가르는 중대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는 2017년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친북숙주(여당) 대 친일유산(야당)' 프레임은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가 핵심이었던 2012년 체제논쟁이 '회귀본능'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온·오프라인과 현수막 전쟁에 나선 새누리당은 14일 역사전쟁의 프레임 동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공중전'과 '지상전'을 총동원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민생을 정쟁의 볼모로 삼는 구태를 즉각 중단하라"며 '민생 대 구태'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명명한 여당은 15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국정화 정국의 대응전략을 마련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당이 측면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주목할 대목은 '청와대 주도+여당 측면지원' 구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다. 이는 '박근혜 정부 3년차 후반기 정국에서 왜 국정화 문제에 총력전을 전개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과 맞물려 있다.
여야 관계자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청와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이유는 크게 △감성정치를 앞세워 보수역사 재평가 △국민 갈라치기를 통한 보수층 결집 △박 대통령의 신념 등으로 나뉜다.
실제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을 시작으로, 국정화 추진 등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2015년 정국으로 끌어들였다. 지난달 방미한 박 대통령이 유엔의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 참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유신시절인 1973년 4월 20일 박 전 대통령이 단행한 것이다. 42년이 훌쩍 지났다. 당시 11종이던 국정 교과서를 1종으로 통일해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높이기도 했고, 4·19 혁명을 '의거'로 격하하기도 했다.
◆국정화 시한폭탄 째깍째깍… 野 '주판알 튕기기' 본격화
역사학자들의 '보이콧' 움직임으로 새 역사교과서의 서술 내용이 어떤 식으로 기술될지는 미지수지만, '이승만·박정희' 등의 업적을 우호적으로 기술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친 정치' 논란에 휘말린 박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때 '보수역사의 재평가' 작업을 마칠 수 있는 판이 마련된 셈이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화된 역사교과서는 박 대통령 아버지 탄생 100주년 기념 사부곡"이라고 평가절하한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국민 갈라치기를 앞세운 보수층 결집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생애주기별 복지'나 '경제민주화' 등이 후퇴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반북 심리'를 이용한 국민 갈라치기다. 앞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시작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혁 등에서 보수층의 구미를 당기는 '이념적 이슈거리'를 던질 경우 민생문제는 단번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정화 이슈에 따른 보수층 결집의 '지속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 저지선인 50% 지지도를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로 지지층 결집을 꾀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봉착한다. '국정화 교과서'의 판도라 상자는 2016년 하반기에 공개된다. 박 대통령이 레임덕 국면에 접어드는 시기다. 여권 내 미래권력이 차별화를 시도할 경우 국정화 이슈가 당·청 갈등의 화약고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사흘째 장외투쟁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도 온·오프라인 홍보전을 본격화하는 한편, 주중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간 3자 연석회의 출범을 추진키로 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위안부 수요집회에 참석, "위안부 할머니들의 분노가 아베와 박근혜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미 보수층이 결집한 상황이기 때문에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여당에 유리한 소재로 보기 어려운 이유"라며 "국정화 이슈가 2017년까지 갈 경우 (체제논쟁의) 이슈가 재부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