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부채비율 일반 가계보다 높아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비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364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조3000억원 늘었다. 비은행금융기관에는 신용협동기구,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대출 등이 포함된다. 그만큼 고금리 대출자가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저축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연 23%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사업실패 및 개인 파산, 혹은 장기연체 등으로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6개월간 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계의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은 1조원이나 증가했다. 현재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의 저신용자는 334만명에 달하며, 6개월 이상 장기연체자는 34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대부업 거래자 수도 249만명에 달했다.
이같은 자영업자들의 대출 문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경기 침체와 자영업 폐업 증가로 자영업자 개인의 건전성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자영업자는 전체 가계대출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한번 실패 경험이 있는 자영업자들은 향후 경제적 능력이 생겨 소득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재기를 위해 금융회사를 찾게 된다"며 "정상적인 소득이 있으면 금융거래가 가능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신용도가 낮고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결국 고금리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금리 대출도 한계…근본적 장치 마련돼야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가 양극화돼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1금융권과 2·3금융권의 금리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연 4%대인 반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은 이보다 약 7배가 넘는 20% 후반대에 달한다. 일부는 여전히 30%대의 '살인금리'를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금융당국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통한 10%대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상 금융소외계층으로 불리는 이들 자영업자들에게는 이조차도 도움이 될 수 없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다 보면 부채의 질은 갈수록 나빠질 수 밖에 없다"며 "중금리대출의 경우에도 대부분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은행에서 이탈된 고객들은 신용등급이 매우 낮다고 판단, 사실상 중금리대출을 이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금융권 뿐만 아니라 복지정책으로도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신용거래 정보를 5년간 보유한 뒤 삭제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소비자단체에서도 늘 5년이라는 신용거래 정보 보유기간을 금융회사들이 지켜줄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사업을 영위하다 발생한 파산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다 발생한 것이고, 파산했다는 것이 범죄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재기를 도울 수 있는 기본적인 바탕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용거래 정보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제재를 하거나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은행들의 횡포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