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가는 길 비탈밭에 붉은 꽃만 가득해
하늘로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땡볕에서 손을 들어 가리키는 곳은기억도 없는 하늘 광년의 거리
밤을 새던 별자리 어디쯤
열차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며
대합실 문은 촘촘히 닫혔고
하늘로 간 기찻길 끝자락서 해가 저물어
저리도 저며 오는 석양
해가 지면 또 어찌해야 하나
이전 역을 떠난 가을이 단풍으로 오는데
난 밤새 너를 잊고 그리다
그대에게 닿는 길은 무수한 별자리뿐
희미한 하늘 길 인적 없는 자미원역
인연에 닳아 상처 난 나무의자에는
가고 오고 보내야 했던 수없는 날들
그 많던 사연들에 걸터앉아
아는 이 없는 별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다
억새꽃 피는 철길 따라 가을이 오고
난 또 어찌 살라고
단풍든다는 소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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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찻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정선선이 아닌가 싶다. 철길이 닿는 강원도 산중 오지의 속살마다 작은 역들이 있다. 예전 분주히 사람들이 오갔을 역이지만 인적 끊긴지 오래 돼 한적하다. 그 중에 자미원역이 있다. 별자리 이름을 한 역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철쭉제로 유명한 두리봉으로 가는 길목이다. 이곳서 역을 잇는 철길은 꼭 하늘을 가는 것처럼 아련하다. 역이 있는 마을에는 신이 내린 곡물로 불리는 이국의 식물 '아미란스'가 붉은 수수처럼 장관을 이루고 꽃 진 자리에는 지금쯤 다시 단풍이 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