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없이 끝난 노동당 창건 70주년…북한, 협상 나설 가능성 커졌다

2015-10-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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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 가능성에 한미 강력 경고…중국도 고위급 파견 체면 세워줘

중국과 관계 회복한 북한, 6자회담·당국회담 테이블 나올 가능성 커져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지난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을 놓고 숨가쁘게 돌아갔던 한국·미국·중국의 동북아 외교전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 없이 지나가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11일 외교소식통들은 우리 정부는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도발을 막고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구상을 어느정도 실현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중국도 그동안 단절됐던 북한과의 관계를 일거에 회복시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김정은, '핵' 언급 회피…부정적 대남 메시지도 없어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수차례 시사했지만 아무런 움직임 없이 기념식을 보냈다.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을 놓고 숨가쁘게 돌아갔던 한국·미국·중국의 동북아 외교전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 없이 지나가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사진은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진= JTBC 캡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전날 육성 연설에서도 '인성위성'이나 '핵'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은 '경제·핵 병진노선'이라는 용어 대신 '경제·국방 병진노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핵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고 중국도 평양으로 고위급을 파견해 북한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양국이 북한 도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꾸준히 보냈고 중국이 여기에 많이 기울었던 상황"이라며 "북한은 외교적으로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구석에 몰렸던 셈인데 여기서 도발카드를 접고 자연스럽게 빠져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당분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최소한 오는 20~26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이전에 장거리 로켓 발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따라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큰 변수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우리 정부 "당국회담 성사 노력…8·25 합의 모멘텀 이어갈 것"

우리 정부도 미·중과의 공조로 북한을 압박하고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전략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향후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6자회담과 당국 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 창건일에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 권력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9일 밤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과 함께 노력해 6자회담이 이른 시일 안에 재개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관련 당사국들의 이익과 지역 안정, 세계평화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한 셈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당국회담을 이산상봉 행사 전에 추진할 수 있도록)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며 "8·25 합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자회담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남북 당국회담에 앞서 회담의 급과 의제를 정하기 위한 남북 예비접촉은 이르면 이달 중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미국,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 여전히 상존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한이 이번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는 도발이 없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특정한 형태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아직 열려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아직 상황을 속단하기 이르다"며 "북한의 행태를 감안해볼 때 도발행위가 시차를 두고 이뤄질 수 있는데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분석하려면 조금 더 시일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이번 열병식을 전후로 북한이 보인 태도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상회담을 거쳐 공동의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에 대해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비핵화 테이블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방문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조만간 베이징에 복귀하면 관련국들이 외교경로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청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텐데 이후의 외교 전략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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