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7일 오후 6시30분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KBO 역사상 최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상대의 연장 11회 끝내기 실책에 힘입어 5-4로 승리했다.
이 경기는 시작 전 ‘창과 방패’의 대결, 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의 맞대결, LG트윈스 입단 동기 정의윤·박병호의 화려한 ‘인생 역전’ 등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더군다나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와일드카드라는 점에서 먼저 4위가 한 경기만 잡아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특이한 룰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졸전이었다.
타격도 엉망이었다. 투 팀 타자들은 기본적인 번트도 쉽게 성공시키지 못해 결국 강공으로 전환하거나 ‘히트 앤 런‘ 같이 다른 작전으로 선회해야 했다. SK는 이 날 무려 12개의 안타를 쳤는데 득점권에서는 빈타에 시달리며 타점은 2개에 불과했다. 넥센도 특유의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타 8개를 쳤지만 홈런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4번 타자 박병호는 볼넷 두 개를 얻어냈지만 안타는 하나도 치지 못했다.
룰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한 경기도 놓쳐선 안된다는 조급함이 평상시와는 다른 비정상적인 운용을 하게 만들었다.
SK는 이 날 경기를 놓치면 가을야구가 끝나기 때문에 총력전에 돌입했다. 김용희 감독은 6회 시작과 함께 투구 수가 88개에 불과했던 김광현을 내리는 ‘퀵후크’를 단행했다. 이어 2선발 켈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켈리는 3이닝 동안 2실점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유수, 신재웅, 윤길현, 박정배, 박희수라는 리그 최정상급 불펜진을 믿지 못하고 선발에 익숙한 켈리를 올린 ‘다급함’은 패배를 불렀다.
넥센도 마찬가지다. 평소 넥센 타선이었다면 안타 8개(장타 4개), 사사구 8개라면 더 많은 점수를 뽑았어야 했다. 더군다나 홈 목동에서 열린 경기였다. 하지만 타자들은 부담감으로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타선이 터지지 못하자 벤치도 답답해졌다. 점수를 줘선 안된다는 압박감에 가을에 강한 박정권 타석에서 고의사구를 두 번이나 지시했다.
또 벤헤켄 이후 마무리 손승락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또 김영민의 공백 속에 다른 불펜 투수를 내보내기 보다는 안정적인 필승조를 믿는 쪽을 선택했다. 그 결과 조상우가 49개, 한현희가 39개의 공을 던졌다. 2일 휴식 후 바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넥센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안고 잠실로 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