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업계·당국 '착착', 법안 개정 '감감'

2015-10-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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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지난 1일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마무리되는 등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업계와 금융당국의 행보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성공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은산분리 완화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해 과연 업계와 당국의 바람대로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출범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확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앞서 새누리당 신동우 위원 등은 지난 7월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50%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야당 측은 여전히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개정안 처리는 커녕 해당 상임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중 일부는 4%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이면 약정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과거 서울은행과 경남은행 매각 당시와 마찬가지로 동일인으로 간주해 인가를 내주지 않는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관심사가 온통 내년 4월 총선에 쏠려 있다는 점이 법안 처리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벌써부터 19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 인가를 획득해 인터넷은행이 출범한다 해도 사업 주도자와 최대주주가 다른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이어지면서 자칫 주도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 인터파크 등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IT기업들은 은행법 개정 이후 추가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업에 뛰어 들었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한국금융지주가 50%, 카카오와 국민은행이 각각 10%, 나머지 업체들이 10% 이하 지분율로 참여하고 있다. 비금융사가 대부분인 인터파크와 KT 컨소시엄의 경우 지분율 10% 이하로 참여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 상황에서 은행법 처리가 미뤄진다면 4%의 의결권 지분을 가진 기업이 5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를 제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도기적 지배구조가 이어지게 된다. 이 경우 당초 IT기업의 주도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취지 역시 흐려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아울러 은행법 개정안에 따라 2단계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고 불안한 지배구조가 계속될 경우 사업자간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은 혁신적인 사업모델도 중요하지만 은행법 개정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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