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기획재정위원회)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덕훈 행장은 취임 이후 작년 3월 브라질·미국 출장을 시작으로 올해 9월 초 러시아까지 총 18차례 해외출장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번 출장 시 평균 5.6명의 현업 임직원들이 은행장 수행을 위해 해외출장을 갔다. 전임 행장의 경우 현업부서 실무직원 1~2명이 수행한 것과 대비되는 일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본부장(부행장) 1명 이상이 은행장의 해외출장에 수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야 할 본부장들이 '눈도장 찍기'에 급급한 것 아니었냐는 은행 안팎의 지적도 있다.
이덕훈 행장은 총 18차례의 해외출장에서 총 2억6397만원의 출장비용을 사용했다. 1회 출장에 평균 1466만원의 비용을 사용한 셈이다.
은행장 수행을 위해 비서실에서 사용한 여비 1억6239만원을 합치면 이덕훈 행장의 출장을 위해 쓰인 비용은 총 4억2636만원이다.
은행장 수행을 위해 현업부서에서 나선 인원은 본부장 15명을 포함해 총 10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은행장을 수행하면서 쓴 비용은 총 5억6612만원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덕훈 행장 취임 이후 18차례의 해외출장에 쓰인 돈은 9억9248만원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부터 올해 9월 현재까지 사용한 수출입은행 해외출장경비 42억6736만원의 23.3%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종학 의원은 "부실여신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은행 임직원들이 이덕훈 행장 해외출장에 과도한 의전을 위해 따라간 것은 국책은행의 품격을 저버린 행위"라며 "임직원들의 품격을 잃은 과도한 의전을 사전·사후에 막지 않은 이덕훈 행장에게도 큰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홍 의원은 "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얼굴 비추기' 의전이 지난 3월 전무이사 등 임직원들의 인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향후 과도한 의전을 막기 위한 방안을 수출입은행 차원에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대책을 촉구했다.
공공기관의 해외출장과 관련, 2015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유관단체 공무여행 관련 예산낭비 방지' 방안에 따른다고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 10월 '공직유관단체 공무여행 관련 예산낭비 방지'라는 제도 개선 권고를 통해 항공운임의 경우 '공무원 여비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권익위는 현행 '공무원 여비규정' 별표 기준을 임직원의 직급(위)별로 적용해 예시까지 보여주며 권고하고 있다. 이 예시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는 '1호 라목, 즉 이사'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은행은 이러한 기재부 예산집행지침 및 권익위 제도개선권고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 '여비규정 시행세칙' 국외여비 지급표에서 부행장 이상은 1등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시행세칙에도 불구하고 매년 예산운용지침으로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의 1등석 탑승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기재부의 예산집행지침과 권익위의 제도 개선 권고까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시행세칙을 그대로 남겨둔 채 매년 예산운용지침으로 이를 대신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수출입은행의 '예산운용지침'은 이러한 권익위 권고와도 거리가 멀다.
수출입은행의 직원은 G1급, G2급, G3급 등 세 등급으로 나뉘는데, 수출입은행의 조정(안)이라는 것을 보면 임원뿐 아니라 G1급 직원 모두는 5시간 이상 비행 시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이 가능하다. 일부 G2급 직원은 10시간 이상 비행 또는 20시간 이상 비행의 경우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이 가능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는 기재부 지침과 권익위 권고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일이다. 권익위의 권고에 따르면 수행, 원거리 등의 사유는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수출입은행은 비행시간에 따라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종학 의원은 "공공기관 임직원의 해외출장 시 항공권 클래스와 관련된 사항은 공공기관 방만함의 상징과 같은 것"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8년 '공공기관 공무 국외여행 개선방안' 및 작년 권익위원회의 '공직유관단체 공무여행 관련 예산낭비 방지' 제도개선 권고 등 수차례에 걸쳐 '공무원 여비규정'을 준용하라고 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은 수출입은행의 오만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최근 5년간 2조7000억원의 국민혈세를 출자 받아 연명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긴축경영을 하기는커녕 정부의 지침조차 어기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관련규정을 개정해 공공기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