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시니어 제품, 경험·접근성·표준화가 관건”

2015-10-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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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한국은 만 65세 이상 인구가 670만명으로 만 0~2세의 영유아 130만명보다 4배 이상 많아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빠른 고령화 국가다. 그러나 130만명을 위한 아동용품점은 어디에나 있는 반면, 670만명을 위한 시니어 전문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종합유아브랜드 아가방, 기저귀 보솜이 등과 같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시니어 기업도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노인의 날을 맞아 시니어 산업 중 단기간 성장할 수 있고 수출이 가능한 시니어제품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일본의 성공요인을 살펴보고, 국내 현황을 점검한 결과 국내 시니어산업의 낙후성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세계 1위 초고령국가 일본, 산아제한으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중국 등 현재 한중일 시니어 인구는 1억 7000만 명, 2030년에 2억 9000만 명 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인구 증가추이를 봤을 때, 시니어 제품이 미래 주력 수출산업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내수측면에서도 경제력 있는 베이비부머 부상과 시니어 제품에 IT가 결합되고 있는 추세 역시 우리나라에 큰 기회요인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한 건강측정 및 관리용 제품과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가 위기상황시 긴급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 각종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시니어 제품 분야는 초기 단계이다. 시니어 제품 종류 및 관련 정보가 별로 없고, 살 수 있는 유통망도 미흡하다. 반면 시니어산업이 발전한 일본의 경우, 시니어 체험관을 통한 사용경험 확대, 다양한 유통망을 통한 구매편리성, 표준화된 시니어 제품의 구비가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은 1990년 초반부터 전국 81개 시니어제품 상설전시·체험관 운영을 통해 “보고, 체험해야 아는” 시니어제품 활성화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최대 규모인 오사카 아시아태평양트레이드센터(ATC) 에이지리스 센터(Ageless Center)에는 시니어 개조차량, 전동휠체어 등 고가의 제품부터 주방, 욕실 등 일상용품까지 2,000여 종류의 다양한 시니어용품이 전시되고 있다. 개인 신체 특성에 적합한 용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기 때문에 연간 20여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국에 3개(성남, 대구, 광주) 시니어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가장 큰 성남 고령친화종합체험관 경우 연간 방문자수가 일본 오사카 대비 7분의 1 수준인 3만여 명 수준에 그치며, 지역 주민들도 운영 여부를 잘 알지 못할 정도로 홍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다각도의 유통망을 통해 접근성을 높인 점 또한 일본 시니어제품의 주요 성공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기점을 방문해야만 소수의 시니어용품을 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동네 편의점, 쇼핑몰, 백화점 등 어디서든 다양한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일본 유통기업 로손은 시니어들이 가까운 동네 편의점 쇼핑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편의점 내 70여 가지의 시니어용품을 진열하고 노인 서비스 상담 코너도 갖췄다. 대형마트 이토요카도 역시 자체 시니어용 PB 상품 매장인 ‘안심서포트숍’을 설치해 1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집에서 받아보는 택배 서비스도 활성화 됐다. 도시락 택배회사인 와타미타쿠쇼쿠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개인 특성에 따라 식재료·칼로리 등을 고려한 도시락 택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개호식품협의회는 ‘유니버셜디자인푸드’ 제도를 도입해 기업별로 다른 시니어 식품 규격을 하나로 표준화하고, 매뉴얼을 통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유니버셜디자인푸드는 일본개호식품협의회가 소비자의 신체적 능력(씹는 능력 등)에 맞춰 섭취하기 쉽게 식품의 형상 및 물성, 식품용기 등을 고안해 제조한 식품이다. 각 식품별 경도를 1~4단계로 수치화하여 제품 앞면에 표기하기 때문에 어떤 식품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손쉽게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자체 인증마크는 제품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반면, 우리나라 시니어식품의 경우 일본과 같은 표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계량적 기준이 부재하고 ‘소화 기능이 저하된’, ‘영양불량의 위험이 있는’ 등의 모호한 설명 방식 탓에, 제품을 직접 섭취하거나 유경험자의 조언을 구한 후에야 구매할 수 있어 불편하다. 시니어 인증마크도 없어서 어떤 식품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시니어 제품산업 성공은 써보니 편리하다는 경험 확산이 주요 관건”이라며 “기업은 일본처럼 구매가 편리한 유통채널에 적극 진출하고, 정부는 한국판 유니버셜 디자인 푸드 제도를 도입하여 제품 표준화를 시행하거나, 전국에 체험 가능한 상설전시장 설치 확대를 적극 검토하는 등 국민들에게 시니어 제품을 알릴 다양한 수단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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