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작물 발아 막는다"…국내연구진, 발아 시점 조절 원리 발견

2015-09-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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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면 상태의 배아(왼쪽), 휴면기를 지나 싹을 틔운 종자. [사진=미래창조과학부]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어린 식물이 버틸 수 없는 환경에서 일찍 발아해버리는 ‘잘못된 시작’을 막아주는 원리를 밝혀냈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이영숙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은 식물의 종자가 적절한 환경을 만날 때까지 발아를 막고 휴면을 유지해주는 앱시스산 호르몬(ABA)의 수송체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수송체 유전자들을 이용해 휴면 상태를 더 잘 유지하는 돌연변이 종자를 개발하고 시기에 맞지 않는 발아 때문에 농산물의 상품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씨앗 속에는 때 이른 발아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종자 외피에 있는 배젖에서 계속 식물 호르몬(앱시스산)을 합성해 배아 쪽으로 보내 배아가 휴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이 호르몬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종자가 일찍 발아해 곡물 생산에 큰 피해를 준다.

연구팀은 배젖에서 배아로 앱시스산을 수송하는 과정에 이바지하는 수송체 4개를 찾아냈다. 이어 이들이 상호 협동해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 종자가 발아하지 않도록 지킨다는 것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수송체 4개 가운데 2개는 배젖의 세포막에서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나머지는 배아의 세포막에서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배젖에 있는 수송체 2개가 빠진 돌연변이체와 배아에 있는 수송체 2개가 없는 돌연변이체를 각각 교배를 통해 생산한 결과, 효율적으로 종자의 발아를 억제하기 위해 이들 수송체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 교수는 발아하지 못하도록 앱시스산을 수송하는 수송체들을 ‘잠자는 공주가 잠에서 깨지 못하도록 지키는 요정’에 비유했다, 그는 “종자의 휴면 유지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여러 앱시스산 수송체가 배젖과 배아에서 특이하게 발현돼 협동적으로 앱시스산을 운반하고 있었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발아 억제 유전자들을 이용하면 휴면 상태를 더 잘 유지하는 돌연변이 종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 3일 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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