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70대의 이모 할머니(74·익산시)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전주시의회를 찾아왔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자신을 살려낸 남관우 전주시의원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할머니와 남 의원과의 인연은 지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여름 20대의 남 의원은 친구들과 함께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저수지에 피서를 갔다. 할머니 역시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물놀이를 왔다가 댐 아래의 깊은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힘이 빠져 몸이 축 늘어진 할머니를 아무도 건져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남 의원이 물에 뛰어들었다. 남의원의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일념 끝에 심폐소생술 받던 할머니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무려 30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이어진 두 사람의 만남은 뜻밖이었다. 지난 9월 남의원이 익산농협 노래교실에 초청돼 본인 앨범 타이틀곡인 ‘그리운 어머님’을 부르고 인사말을 하던 중 “익산에 오면 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며 당시의 얘기를 꺼내자 얘기를 듣던 할머니는 반가움과 고마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남의원은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이었다”며 할머니를 위로했다. 남의원은 할머니가 은인에 보답하는 마음이라며 50만원을 놓고 가자 수차례의 거절 끝에 이 돈을 어려운 이웃들에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