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6.6%에 달한 비정규직 비중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해,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비정규직 수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높은 비정규직 비중을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2013년 8월 기준으로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Temporary workers) 비율은 22.4%를 기록해 28개 회원국 중 4번째로 높았다.
OECD는 국가간 비교를 위해 기간제 근로자, 단기기대 근로자, 파견 근로자, 일일 근로자를 합쳐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계산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594만6000명에서 409만2000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은 32.4%에서 22.4%로 낮아진다. 하지만 국제 기준으로 평가해도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OECD 국가 평균(11.8%)보다 약 2배 가량 높다.
이는 비용 감축, 효율성 극대화만 강조한 회사측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업도록 만든 노동조합, 그것도 파업 등 실력행사를 부추기며 노조 본래의 목적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일부 강성노조도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고용노동백서에서도 한국이 유독 비정규직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임금교섭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업종과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종의 대기업·정규직 직원들은 중소기업, 협력업체는 물론 타 업종 근로자들에 비해 임금 수준이 매우 높고 복리후생 면에서도 월등한 보장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기업·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부각되면서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노조도 현대차·현대중공업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노조들의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사항을 정하는 데 있어 비정규직·파견직·협력업체 직원 등 동료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 최근 일부 노조들이 비정규직,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끌어안고 있다고 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비정규직을 홀대하는 분위기라 화학적으로 단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아르바이트 근로자는 노조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도 없는 처지이며, 더 나아가 장래 한 식구가 돼야 하는 미취업 청년 구직자들을 배려하려는 움직임도 노조 차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에 맞춰 일정 근무연수를 마쳤거나 능력이 뛰어난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고용조건도 개선하려고 하지만, 정규직 직원들은 이로 인해 자신들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고, 노조도 이를 이용해 사측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로가 한발 양보해야 하는데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주의가 너무 강하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