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청구 기각..."파탄주의 시기상조"

2015-09-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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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의 이혼 소송이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미성년 혼외자를 둔 남편 A씨가 15년째 별거 중인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1976년 B씨와 결혼한 A씨는 1998년 다른 여성 C씨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았다. 2000년 집을 나온 A씨는 C씨와 동거하다 2011년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B씨의 이혼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50년간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경우 받아들이지 않는 유책주의를 적용해왔다. 

이날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가운데 7명은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파탄주의 전환이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6명은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파탄주의는 부부가 공동생활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이유가 어느 한쪽에 있다 하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이혼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우리나라는 재판상 이혼 청구 제도 외에 협의이혼 제도를 두고 있어 유책배우자라도 협의를 통해 이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가족과 혼인생활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랐으나 여전히 자녀 양육 등 문제에서는 만족할 만한 양성평등이 실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취하는 여러 나라에서는 상대방이나 자녀가 위기 상황에 빠지면 이혼을 허가하지 않는 가혹조항이나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을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제도 등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섣불리 파탄주의로 전환하면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 간통죄 폐지 이후 중혼을 처벌할 방법이 없어진 현재 상태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으며 축출이혼이 발생할 위험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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