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대 80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파레토(Pareto)가 주창해 '파레토의 법칙'으로도 알려졌는데, 요지는 사회적 부(결과)의 80%는 20%(원인)가 가져가고 나머지 부의 20%는 구성원의 80%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20대 80 법칙이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노동계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의 핵심은 노조 조직률이다. 노조 조직률은 노조 가입 자격이 있는 근로자수를 노조에 가입한 전체 조합원수로 나눈 것으로, 산업현장에서 노조의 영향력을 측정하는데 유효한 수치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89년 19.8%에 달했던 노조 조직률은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며 2010년 최초로 한자리수(9.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1년 복수노조 허용 등의 영향을 받아 그해 10.1%로 회복됐으나 2012년, 2013년 각각 10.3%를 유지했다.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 사측은 노조의 폭발적인 증가를 야기할 것이라며 우려했지만, 오히려 노동계의 반응이 더 민감했다. 노조 조직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 효과 보다는, 이미 닦아놓은 이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측과, 기존 노조의 기반을 무너뜨리겠다는 신진세력간의 알력 싸움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사 양측의 우려는 지금까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90%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노조에 대해 흥미를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도 아닌, 10%의 노조가 이끌어가는 노동운동. 이들의 목소리가 마치 전체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뉘앙스를 던지고 있으며, 10%의 노조가 기업, 지역사회, 국가 전체의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
세력이 적다보니, 이들 소수의 노조들은 전체 근로자들을 위한다는 구실을 삼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조는 이익집단이다. 하지만 노조의 이익을 챙기려는 집단으로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고 있지만 그들(노조 집행부)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를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나뉘며 계층의 벽을 만든 것은 다름아닌 노조라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근로자의 채용 조건은 경영진, 회사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같은 사업장, 또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관계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만드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책임의 일정 부분은 직원들을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노조가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계약직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 외면했다. 조합비를 내는 정규직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약직, 파견직 직원들이 단체행동을 하며 자신들의 권리 신장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사회문제로까지 번지자, 그제서야 문제에 발 하나 담근 수준이다.
계약직 또는 파견직원제도 반드시 사측에만 유리하고, 노동자에게는 부당한 제도가 아니다. 제도를 공정하고 올바르게 활용한다면 정규직원에 비해 더 많은 보수를 받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회사로의 이직이 편리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휴식을 할 수도 있다. 계약직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알고 있지만, 노조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자신들의 책임을 사측에 전가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의 연봉을 깎아서 직원들을 채용하고 월급을 올려달라”는 그들의 주장에 계약직 문제에 대한 시각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직장, 직업은 돈과 처우가 1순위라고 하지만 근로자들은 일할 수 있다면 일정부분은 이를 포기한다. 노조도 이러한 방식으로 계약직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데, 결론은 그렇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난 13일 이뤄낸 노사정 합의는 되도록 모든 국민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각 기업 현장에서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며 “노조는 무조건 사측에만 문제를 떠밀지 말고 노동시장 구조의 왜곡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