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회사 팔아서라도 임금 올려달라” 막장 치닫는 ‘귀족 노조’

2015-09-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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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사업장 노사갈등으로 시름

현대重 파업 참가자 인센티브에 공분

‘정몽준 압박’ 스위스 원정투쟁 검토

노조가 경영 좌지우지···M&A 막기도

업종 내 회사별 노조들 공동 투쟁까지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다. 타협을 원하는 게 아닌 것 같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이 관계자는 “마치 휴전협상 과정에서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분위기다”며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노동조합을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국내 주요 사업장은 올해도 여지없이 노사 갈등으로 고민을 안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지만 노조의 요구는 사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에까지 달하고 있다. 경영 개입은 물론 회사 자산을 팔아서 임금을 올려달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업종내 회사별 노조가 손을 잡고 공동 투쟁을 벌이기까지 하고 있다.

사측의 독단적인 회사 운영을 견제하고 조합원(직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표조직으로서 노조의 존재 여부는 중요하다. 하지만 고유의 역할을 넘어서는 월권을 보이면서 회사는 물론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나만 살면된다”는 논조로 일관하고 있는 노조의 행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각사별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사측이 경악할만한 제안들이 들어있다. 노조는 이러한 요구를 임금인상안과 함께 사측이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국내공장 신·증설 검토,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정년 65세까지 연장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22차 교섭에서 회사가 임단협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협상 결렬’을 선언, 교섭 자체가 중단됐다. 지난 10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한 현대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만약 실력행사에 들어간다면 4년 연속 파업을 벌이게 된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협상까지 중단된 이상 노조의 파업을 막을 수는 없다며,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 1분기 말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부문 계열사 3곳의 사내유보금이 18조원에 달하는 등 천문학적인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도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야 할 때’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회사가 매각 가능한 상장주식이나 부동산을 2014년 말 기준으로 매각하면 무려 4940억원의 매각 차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장 주식과 부동산을 팔아서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조는 조합원 회비를 활용해 파업 및 집회 참가자에게 인센티브와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노조는 추석 전인 21일까지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국제축구연명(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한 대주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투쟁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투쟁단 파견을 실행할 경우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의 파장은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감이 높다.

노조의 전면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경우 지난 9~10일 이틀간 광주광역시 본사에서 김창규 사장과 허용대 노조위원장이 만나 임금 인상률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 쟁점사항에 대해 상당수준 합의했으나 노조원들에게 지급할 올해 성과급을 실적이 나오기 전에 1인당 150만원씩으로 확정해달라는 요구를 마무리 하지 못한채 결렬됐다.

대기업들에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델파이 사태도 사실상 회사의 주인인 노조가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며 인수·합병(M&A)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S&T모티브는 지난 2일 이래cs와 김용중 대표, 이래ns를 각각 부정경쟁과 입찰 방행 등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소했다고 7일 밝혔다.

S&T모티브는 2001년 이래가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델파이 42.3%를 인수할 때 부정경쟁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래 측이 한국델파이 노조를 비롯한 사주조합과 사전에 접촉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도 이를 숨겼을 뿐 아니라 한국델파이 노조는 고객사와 산업은행을 압박해 경쟁자들이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S&T측은 또한 올해 초 미국델파이가 가진 한국델파이 지분 50% 인수 경쟁 과정에서도 한국델파이 노조의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S&T와 이래가 인수전을 벌이자 한국델파이 노조가 미국 델파이 본사를 찾아가 시위를 하고 주요 고객사인 한국GM에 “S&T로 매각이 진행되면 총파업으로 납품물량을 끊겠다”고 압박하는 바람에 미국 델파이는 “비슷한 값이면 노조 방해가 없는 쪽에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이래 측에 유리하게 흘러갔다는 것이다.

S&T측은 “한국델파이 노조는 이래의 대주주임에도 이래가 인수할 수 있게 도울 목적으로 경쟁자인 S&T의 인수반대 투쟁을 벌였기 때문에 불법개입이 명백하다는 법무법인의 의견을 받았다”면서 “자본시장에서 이런 불법이 더는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판단해 고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식의 선을 넘어선 노조의 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정작 주인공인 노조들은 이러한 주장을 외면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회사 성장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야 할 노조가 지금은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불안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생산 중단을 볼모로 자기들만 살겠다는 노조의 요구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회사들이 많다. 정말로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노조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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