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상장사 '빚'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까지 12개월 동안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사 1003곳(금융권 제외)의 부채 증가율이 18%로 3년래 최고수준을 보였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 1003개 상장사의 부채 총액은 8683억 위안(약 160조 4100억원)에 육박했다.
스페인 BBVA(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 S.A) 은행의 시아 레(Xia Le)홍콩 주재 수석경제학자는 "이러한 통계는 중국 기업의 디레버리징(부채정리) 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투자 등 자본지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중국 기업부채는 계속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자오양(趙揚) 일본 노무라증권 홍콩지점 수석경제학자도 "중국 상장사의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여전히 중국이 '빚'에 의존해 부를 키우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경기 상황도 좋지 않아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기업의 '빚'이 줄기는 커녕 늘어나는 현실은 중국 당국의 국유기업 개혁 등 각종 부양책 추진 난이도를 높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수시장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것도 기업의 실적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악화와 내수부진, 기업경영 악화가 다시 경기 둔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중국 8월 주요 거시지표는 부진한 수준에 그쳤다. 국가통계국과 차이신(財新)이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각각 49.7과 47.3으로 모두 임계점인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 국면을 반영했다. 8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6.1%, 수입은 14.3% 급감했다. 경기선행지수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4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고정자산투자와 산업생산 증가율도 둔화됐다.
기업 외 중국 정부, 가계 등 경제주체 전체가 '빚더미'에 앉았다는 통계도 나와 중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를 한층 짙어지게 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기업, 가계의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82% 수준까지 급증했다. 중국의 2014년 총 GDP 규모는 63조6139억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