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좌파의 귀환…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 당선

2015-09-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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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니샌더스 돌풍에도 영향주나

노동당 당수로 당선된 제러미 코빈 웹페이지에 당선 감사인사를 남겼다. [사진=제러미 코빈 웹페이지]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영국 노동당의 선택은 결국 '강성 좌파' 제러미 코빈이었다. AFP 통신 등 외신은 12일 (현지시간) 노동당 대표로 제러미 코빈(66)이 당선되었다고 보도했다. 

결과는 코빈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선호투표로 진행된 당 대표 경선은 선거권자 55만 명 중 42만 명이 참여하여 76%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 중 제레미 코빈이 59.5%, 앤디 버넘 19%, 이베트 쿠퍼 17%, 리즈 캔들 4.5%를 얻어 1차에서 코빈 후보가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보통 1차에서 50%를 넘는 후보가 없으면 4위 후보의 2순위 투표를 배분하여 과반 여부를 계산하는데, 그럴 필요도 없게 된 것이다.

지난 5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참패하고 밀리반드 대표가 사임하면서, 노동당은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한 '기폭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노동당원들은 그 기폭제를 '정체성'에서 찾았다. 

노동당은 1994년 토니블레어 전 총리의 등장과 함께 '제 3의 길'을 표방하면서 중도우파와 흡사한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무려 10년에 달하는 블레어의 재임기간 동안 노동당의 정체성은 더욱 희미해졌다. 밀리반드 대표시절에는 공공부문의 긴축정책을 수용하면서 보수당과의 차별화에 더욱 힘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당 본래의 '정체성'을 내세운 코빈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코빈의 주요 경제정책은 급진적이다. 긴축정책 중단, 철도의 재국유화, 부유세의 대폭 인상, 최저임금 인상, 대학 등 고등교육의 무상화,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국가를 중심으로 한 경제불평등 해소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코빈은 출마선언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분명한 반긴축 노선을 제시하기 위해 경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빈은 이처럼 기존의 노동당 주류의 정치적 보수화를 강력하게 비판했고, 좌파노선을 선명하게 내걸었다. 이에 노동운동 세력들과 좌파 세력들 그리고 청년층 사이에서 코빈 지지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영국의 노조들은 잇따라 코빈 지지를 선언했고, 청년들 사이에서는 노동당 가입과 투표권 있는 후원자 가입 운동이 일어났다. 

코빈 후보는 당선 연설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을 겨냥해 "끔찍할(grotesque) 정도의 불평등과 불공평한 복지 시스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조(NUPE) 등 노조단체에서 일한 그는 1974년 런던 시내 구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구의원을 유지하다가 1983년 런던 북부 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해 당선됨으로써 중앙무대에 입성했다. 이후 지금까지 8번이나 연달아 같은 선거구에서 당선되면서 30년 넘게 현역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 (WP)는 이번 선거가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샌더스, 코빈, 그리고 민주당에 들이닥칠 논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런 시사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WP는 코빈 의원이 노동당수가 된 것처럼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따돌리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당장은 작긴 하지만,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고 봤다.

WP는 코빈과 샌더스 의원을 연관지어 생각할 때 영국과 미국 진보진영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중도주의 배격 움직임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영국 노동당의 최근 사례는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을 둘러싼 열띤 논쟁을 본격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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